사퇴하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백악관 경제수석의 사임소식에 불안하다. 백악관의 권력 암투 속에서 결국 정치논리가 경제를 우선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출신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최근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결정타였다. 이번 조치로 백악관의 권력투쟁에서 콘이 패배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콘의 사임을 전하면서 '백악관에서 무역전쟁 반대파가 패했다'며 '공화당과 관세불가를 설득하려던 이들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콘 위원장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다퉜다고 전했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권고한 장본인이다. 

콘의 사임 소식에 엔화 대비 달러와 뉴욕증시 선물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콘은 지난해 말 대규모 감세안의 의회 통과와 이에 따른 증시 강세장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 직후 골드만삭스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있던 콘을 NEC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콘 위원장은 민주당 당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친성장 정책을 지지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지만 콘이 관세부과에 반대하고 사임하면서 백악관은 이제 무역전쟁을 찬성하는 이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시장 애널리스들은 전망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던 콘의 사임은 금융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이클 오루케 존스트레이딩 수석시장전략가는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콘을 가장 신뢰했다. 그의 사임으로 이제 완전히 새로운 불확실성의 물결이 몰아칠 환경이 조성됐다. 무역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앨런 패트리코프 벤처캐피털리스트 역시 "그동안 백악관에서 이성적 성인의 역할을 하던 콘이 떠났다"며 "더 많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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