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살짝 물러서는 듯한 모습이다. 관세 폭탄은 미국 경제를 자멸로 몰아갈 것이라는 공화당 지도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여파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에도 공화당 지도부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한 외톨이였다. 트럼프가 이번 관세전쟁을 촉발한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3월 13일로 예정된 펜실베니아 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왕따 자처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느닷없는 폭탄 관세를 발표한지 나흘 만에 말을 바꿨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 방침을 돌연 예고했다. 다음날에는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고 호언장담했다. 유럽이 미국 브랜드에 대한 보복관세를 경고하자 4일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전쟁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는 관세부과 엄포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그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새로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서명하고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면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같은 날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수입관세 부과에 대해 경제 위험을 언급하며 철회를 압박했다. 라이언 의장의 대변인 애쉬리 스트롱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며 "우리는 이번 수입 관세 부과 계획을 추진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제 개혁이 경제를 부양했다"며 "이러한 이점이 위태롭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조짐이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실력행사를 통해 법안을 부결하는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간선거 포석 혹은 역풍 

트럼프가 공화당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주류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백인 노동자층의 표심을 공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결국 이번 관세폭탄 방침은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 미시간 등 쇠락한 공업지대)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중간선거의 표심을 보여줄 3월 펜실베니아주 하원의원 선거를 위한 계산된 전략일 수 있다. 펜실베니아주는 전형적 백인보수층 지역으로 철강의 도시로 불리는 피츠버그가 위치해있다. 다음달 13일 펜실베니아주는 성추문으로 지난해 10월 사퇴한 공화당 출신 팀 머피를 대신할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지면 트럼프 집권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하원자리를 잃는 것이 된다. 

펜실베니아주 보궐선거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오는 토요일(10일) 피츠버그를 방문해 정치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포드 오코넬 정치전략가는 트럼프의 관세전략에 대해 펜실베니아 뿐 아니라 중서부 산업지역 표심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펜실베니아)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도울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교역국의 보복을 불러와 오히려 블루칼라(생산현장 노동자) 표심을 잃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통신에 따르면 중간선거 기간 튼튼한 주식 시장, 낮은 실업률, 감세 법안 등 경제 성과를 자랑할 계획이었던 공화당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무역전쟁 변수에, 선거전략 차질을 우려한다. 결국 관세 전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농촌 지역 지지기반을 침식하고, 그가 돕겠다고 말한 블루칼라 근로자 지지층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AP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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