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KOSPI가 2월 들어서는 미국발 금리 급등 쇼크로 변동성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지난해 고점이었던 2.6%선을 넘어선 이후 빠르게 2.8%대로 진입한 데다 변동성지수(VIX)의 40선 근접으로 출회된 프로그램 매물이 미국증시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파는 달러화의 반등을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과 이머징마켓 주식시장 등 비달러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약세 흐름을 초래하고,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1월 말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점, 미국의 1월 시간당 평균임금이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 애틀랜타 연은이 계량 모델을 통해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을 5.4%로 제시함 점 등이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경기 호조가 인플레 압력 확대 우려와 금리상승, 주식시장 할인율 상승 우려로 등장해 금리(r)와 경기(g)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셈이다.

인플레 압력 가속화 및 금리 상승폭 확대에 대한 우려가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다음 통화정책이 공개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장세가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이번주로 예정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내용이 금리(r)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투자 세부계획과 미국 소매판매 실적 발표는 경기(g) 센티멘탈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r)와 경기(g) 간의 힘겨루기는 이번주에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프라투자의 재원 확보 방법이 국채 발행에 의존한다면 금리(r)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가변적이다. 국내증시는 이번주 후반 구정 연휴를 맞게 된다는 점이 불확실성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남아있다.

반면,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미국 주식시장의 추세적 약세장 진입 당시 특징이었던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 경기선행지수 하락 전환, 12개월 예상 EPS의 하락, 글로벌 신용 리스크의 의미있는 상승 조짐 등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글로벌 증시 조정을 가져왔던 주요 이벤트들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 및 유동성 관련 이벤트는 2013년의 버냉키 쇼크(출구전략 시사)와 2015년 연말 연준의 9년 만의 금리인상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2013년 버냉키 쇼크 발생당시 S&P500지수는 약 한 달간 5.8%, KOSPI는 11%의 하락세를 나타낸 바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미국 연준이 9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 당시 S&P500지수는 약 두 달간 13%, KOSPI는 9.6%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발 금리쇼크 이후 미국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10%, 국내증시 KOSPI는 9% 하락률을 나타내 이미 주가는 과거 버냉키 쇼크와 연준의 9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하락폭에 준하는 조정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 완화와 금융시장의 센티멘탈 개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금리(r)가 경기(g)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본격 약세장으로 진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화의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을 고려하면 최근 달러화 반등에도 아직 추세적인 변화 상황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비달러 자산의 추세적 하락 전환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또한 이머징마켓 가산금리의 변화 역시 아직은 크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달러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미국, 이머징, 한국증시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각각 18.3배, 12.9배, 9.0배 수준을 나타낸다. 2000년 이후 미국, 이머징, 한국증시의 12개월 예상 PER 평균 수준이 각각 16배, 11배, 9.2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이머징주식시장은 평균을 다소 웃돌고 있지만, 한국증시는 평균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증시 섹터별로 지난해 4분기 고점 이후 등락률을 살펴보면 IT, 헬스케어, 통신, 에너지, 소재 섹터의 주가 하락률이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커져 있다는 점에 이제는 점차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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