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치훈 카카오 대표 / 사진출처: 카카오 블로그

카카오는 올해 4분기 54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20% 급증한 수치다. 3분기 연속 분기 매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총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이후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카카오의 완벽한 부활이다.

카카오 성장의 배경에는 2015년 9월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장에 오른 임지훈 대표가 있다. 그는 카이스트 최우수 졸업 후 NHN 전략매니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거친, 이른바 '엄친아'였다. 특히 NHN 기획팀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공동 대표였던 김범수 의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컨설팅회사에서 카카오의 인수합병(M&A)을 지원하던 임 대표는 카카오 최대 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눈에 띄어 2012년 함께 벤처 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한다. 3년 후 카카오 대표로 깜짝 발탁되면서 '김범수 키드'로 불렸다.

30대 중반의 CEO 오자 회사가 술렁였다. 모바일 시디에 맞는 '젊은 감각'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투자만 알지 회사 경영에는 서투를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임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임기 동안 젊은 CEO다운 활기찬 경영 활동을 선보였다. 취임하자마자 콘텐츠 자회사 포도트리를 편입하고,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분사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자신의 특기인 M&A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벤처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처럼 성공적인 M&A로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2016년 1조8700억원에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카카오의 4분기 매출 가운데 로엔 실적이 포함된 콘텐츠부문 매출은 2659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시작한 모바일 웹툰 서비스 '픽코마'도 성공하면서 현지 법인 카카오재팬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재팬은 2020년을 목표로 도쿄증시 상장도 추진 중이다.

임 대표의 공격적인 M&A 과정에 잡음도 있었다. 특히 2016년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 이외에도 홈클리닝 등 생활 영역까지 O2O(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장했지만 기존 업계와의 마찰과 O2O 사업 전략 변경 등으로 출시도 못 해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카카오를 성장시킨 임지훈 대표는 취임 약 2년 6개월 만에 대표자리에서 물러난다. 카카오는 지난달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여민수 광고사업총괄 부사장과 조수용 공동체브랜드센터장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다음달 임기를 채우고 대표 자리 대신 카카오의 미래전략자문역으로 활동하게 된다.

연임이 점쳐지던 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업계도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다만 경질은 아니고, 임 대표가 스스로 내려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카카오가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하며, 가진 자산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야 할 때"라는 임 대표의 말처럼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의 카카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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