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KEB하나·대구·부산·광주 등 5개은행 검찰 수사 시작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몰아치는 채용비리 의혹에 검찰이 은행권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청탁 리스트’까지 관리하며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은행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검찰청은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자료를 넘겨받아 5개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대상은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2개 시중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3개 지방은행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의혹이 확인된 5곳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다.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으로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청탁자와 지시자의 신원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검별 수사팀의 합이 잘 맞는다면 이번 주 중으로 각 은행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주요 참고인 소환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진행 소식 속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인물은 단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과 윤 회장은 당국이 앞서 금융지주 CEO의 셀프연임과 참호 구축을 지적했을 당시 주요 타깃으로 거론된 바 있다. 현재 김 회장은 3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고,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금번에 채용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회장과 윤 회장은 거센 퇴임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은행법은 임원의 비위가 확인되면 당국이 주총에 해임을 권고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일전 채용비리로 뭇매를 맞았던 우리은행의 경우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하자마자 이광구 전 행장이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각 은행이 사전에 작성한 청탁 리스트는 확보했지만, 청탁자와 특혜채용 지시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채용비리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오히려 당국 수장들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문제는 금융당국과 검찰이 이를 어떻게 입증하고 금융사들이 어떻게 방어해 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당국이 또 한번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과 KB금융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검찰수사는 이제 지방검찰청에 배정된 상황이니 결과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입장발표라든) 할만한 게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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