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규제의 역설’..강남 ‘로또 아파트’ 줄 이을 듯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인해 시세 오름폭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3년 사이(2014년 12월 대비 2017년 12월) 평균 15.34% 올랐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24.03%로 가장 많이 뛰었다. 이어 △강동구(19.75%) △강서구(19.18%) △서초구(17.21%) △송파구(16.94%) △양천구(16.68%) 순으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HUG의 월간 동향 자료 기준)는 2014년 12월 3.3㎡당 2023만원에서 2017년 12월 20213만원으로 19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분양가격 지수로 환산하면 2014년 12월 대비 2017년 12월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9.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시세 평균 상승률과 6%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특히 강남권 등 주택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이나 고가주택이 주로 포진한 지역은 서울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 상승 폭 차이가 2배가량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이는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해 HUG가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결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HUG는 분양보증 심사를 통해 새 아파트가 1년 내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 만약 1년 이내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주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정하게 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분양가 책정에 큰 역할을 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남 등 주택 수요가 풍부한 곳에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억대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아파트’를 양산한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낮은 분양가를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 청약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가운데 자칫 분양시장이 ‘현금부자’를 위한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HUG와 분양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결국 3.3㎡당 평균 분양가를 4400만원대에서 4137만원으로 300만원 이상 낮춰 분양승인을 받았다.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가격이 내려가자 청약경쟁률은 100대 1을 넘어섰다.

작년 9월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4250만원으로 책정됐다. 본래 예상 가격인 4600만~4700만원보다 낮은 것은 물론 2016년 1월 분양한 ‘신반포 자이’보다도 분양가가 낮게 정해졌다.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로또 아파트’라 불리며 1순위 청약경쟁률 평균 168.08대 1을 기록했다.

올해도 조합과 건설사 측이 의도치 않게 ‘착한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들이 강남권을 위주로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이 예고된 데다, HUG의 분양가 통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9억 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현금부자들이 청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의 고급주택 ‘나인원 한남’이 분양가 규제가 현금부자에게만 이익을 안겨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곳은 앞서 정부가 제시한 부지매입 비용 자체가 높았고, 용적률이 일반 아파트보다 낮아 분양가 최고 기록을 깰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HUG는 강남 집값 자극을 우려해 분양보증 불승인을 했고,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은 분양가 하향 조정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분양가 책정을 유도함으로써 시장 안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과도한 분양가 통제는 아파트 투기 열풍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로또의 기회를 안겨주는 측면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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