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국내 1호점 ‘애플스토어’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쪽에 흰색 사과가 내걸렸다. 미국 전자업체 애플의 직영 매장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애플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700명 가까운 사람이 애플스토어 입장을 기다렸다. 광주, 부산 등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은 물론 전날부터 밤을 새운 방문자도 있었다.

애플 측에서도 한국 1호점 개장에 공을 들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나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법인대표가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리테일스토어·온라인스토어 총괄인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이 자리했다. 공식 일정으로는 그의 첫 한국 방문이었다.

애플이 한국에 정식 매장을 오픈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뒷맛이 찝찝하다. 애플이 여전히 한국 시장을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애플스토어도 애플이 한국에 진출한 지 8년 만에야 생긴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2001년 5월 처음 애플스토어를 오픈한 시점부터는 무려 17년 만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2008년, 홍콩에서는 2011년 각각 처음 애플스토어가 개장했다. 일본은 무려 15년 전인 2003년 애플스토어 운영이 시작됐다.

애플이 한국과 한국 소비자를 홀대한 사례는 적지 않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15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되지만, 한국을 대하는 애플의 태도는 인색하다. 대표적인 차별이 아이폰 신제품 출시 일정이다. 한국은 한 번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포함된 적이 없다. 2순위도 아니고 대부분 3~5순위로 밀렸다. 중국과 일본이 항상 1차 출시국이었다는 점과 대비된다.

애플 사업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애플은 세계 시장을 북미와 남미, 유럽, 중화권, 일본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구분할 뿐이다. 아태 지역에서도 핵심은 호주이고, 한국은 ‘나머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애플의 이 같은 태도는 회사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제품이 팔리기 때문이다. 일종의 ‘배짱 영업’이다. 한국 소비자는 애플에 호구 취급을 받을 뿐이다. 실제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X(텐)의 한국 판매 가격은 미국보다 20만원 이상 비쌌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폰 관련 광고·마케팅 비용을 떠안고 있으며, 이는 그대로 소비자에 전달된다. 애플은 삼성전자 LG전자처럼 단말기 보조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애플이 국내 통신사와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형태다.

다행히 국내 소비자들도 애플의 부당한 횡포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모양새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린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관련해, 지난 26일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참여자는 약 400명, 1인당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30만원으로 정해졌다. 지난 11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122명을 원고로 하는 첫 소송을 제기한 데 이은 두 번째 소송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애플의 한국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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