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버튼’ 말싸움을 놓고 뒷말이 많다.

싸움은 김정은이 먼저 걸었다. 그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이 위협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가만히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그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막 핵버튼이 항상 자신의 책상 위에 있다고 말했다”며 “고갈되고, 식량에 굶주린 정권의 누군가가 부디 나 또한 핵 버튼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며 작동도 한다고 알려주겠느냐”고 맞섰다.

외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발언을 긴급 타전했다. 다급해서라기보단 어처구니가 없어서다. 진짜 핵버튼을 쥐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할 얘기가 아니라는 게 골자다.

CNN은 미국 민주당의 짐 히메스 하원의원(코네티컷)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트위터 발언으로 무의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누구보다 크고 강력하다는 속내를 충동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단추보다 크고 강력한 핵버튼이 트럼프의 숨은 자아로 거듭난 셈이다.

히메스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은 별나고 이상하고 사실이 아닌 데다 유아적이기 때문에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헨의 지적에 주목했다. 코헨은 트럼프를 ‘심통 사나운 10살짜리 아이’에 비유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가) 심통 사나운 10살짜리 애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핵무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의 주변에 있거나 그를 떠받치고 있는 책임감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묵살하거나 웃어넘기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의 아들 마이클 플린 주니어는 트위터에 트럼프의 핵버튼 발언이 “정말 끝내준다”(just awesome)며 “이게 트럼프가 선출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위터에 남북 대화 움직임에 대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두고 보자”고 해놓고 하루도 안 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이유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가 전에도 북한과의 말싸움에는 지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의 핵버튼 발언이 거짓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대통령이 핵공격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물리적인 핵버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따라 군사보좌관이 들고 다니는 ‘핵가방’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풋볼’(football)이라고 불리는 서류가방 형태의 핵가방엔 핵공격 인증코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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