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배터리 게이트’가 일파만파다. 애플이 공식 사과와 보상책까지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잇고, 팀 쿡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다.

이번 사태는 애플이 배터리 성능 저하를 이유로 구형 아이폰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리면서 시작됐다. 애플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낡으면 아이폰이 갑자기 꺼지는 걸 막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이용해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등의 성능 저하 조처를 했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신형 아이폰 구매에 나서는 고객들도 많았다. 결국, 애플이 신형 아이폰 판매 증가를 위해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는 결국 법정으로 번졌다.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거나 추진 중인 국가가 미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호주 등 5개국으로 늘었다. 건수도 15건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최대 1000조원대의 소송이 제기됐고, 한국에서 집단소송에 참여 의향을 밝힌 소비자는 25만명에 달한다.

애플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존 10만원하던 배터리 교체 비용을 3만4000원으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애플이 배터리 문제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가린 것도 모자라, 수리비도 고객에게 떠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쿡 CEO가 급여와 보너스로 1억200만달러(약 1094억원)을 챙기면서, 애플의 ‘과도한 욕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배터리 문제에 관해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선배다. 삼성은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태로 겪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불량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세계 주요 공항과 항공사가 삼성 스마트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 ‘굴욕’적인 일도 일어났다. 중국 시장은 초기 리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늦장 대처했다가, 시장점유율을 크게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애플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삼성전자가 ‘배터리 게이틀’를 발판 삼아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았듯이, 애플도 다시금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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