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기자

무술년이 밝았다. 어제는 해맞이를 하며 이른 새벽부터 수첩을 꺼내 들었다. 2018년 한 해의 소망을 쭉 적어보고자 함이었다. 항목을 하나씩 써내려가다 보니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은 대개 지난해 미처 못 이룬 다짐들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번 해에는 기필코 모두 지켜내겠다는 각오보다는 2017년 스스로에 대한 후회가 더 짙게 밀려왔다. 밥상 한쪽을 차지하려 나타난 떡국 한 그릇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2017년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경우에는 크게 상이하지 않으리라 추측해본다. 이맘때 나를 포함한 일선 취준생들의 푸념 역시 하나같이 비슷했던 까닭이다. 졸업 이전에 취직이 안 되자 많은 이들이 졸업을 미루지 않았던 점에 한숨지었다. “졸업 후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요?” 면접관의 목소리는 일찌감치부터 우리네 귓전을 맴돌았다.

최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대학교 기준으로 올해 졸업예정자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10명 중 2명꼴에 그친다. 상반기 대기업 등의 대규모 채용이 이뤄진다 해도 40% 정도만이 취업문을 통과할 것으로 점쳐지는 분위기다. 대학졸업자 절반 이상이 무직으로 지내게 된다는 의미다. 일부러 학점을 덜 채우며 졸업을 늦추는 대학가 분위기는 어쩌면 당연지사. ‘도피성’ 대학원 진학률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대학은 학문의 장’이라는 말에 동시대 취준생들은 고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여부를 떠나 대학이 취업 전 관문으로 굳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학사 유무 여부는 취업선상에서 출발위치를 가름하는 스펙의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은 창의적 연구와 인재양성이 아니라, 진로 교육과 단기 지표 속에서만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취업시즌, 이른바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의 이름은 교내 현수막 위에서 위용을 뽐낸다. 학과별로는 공무원 합격률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다 보니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조차 전공 강의시간에 공무원 수험서적을 펼쳐놓고 있는 게 요즘 현실. 추운 올해 겨울에도 노량진 학원가는 북새통을 이루며 열기를 띠겠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