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13일 오후 3시 40분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810억달러(약 306조4900억원)에 이른다. 연초 1000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만7000달러대 안팎으로 급등한 결과다. 요즘 폭등세로 보면 이 글을 다 쓰기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시가총액으로 미국 4위 은행 씨티그룹과 세계 최대 신용카드 회사 비자를 눌렀다. 핀란드와 그리스의 GDP(국내총생산)도 넘어섰다. 혹하기 쉬운 비교지만 비관론자들은 이를 곧이 보지 않는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도대체 뭐냐고 되묻는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달러로 매기는 가격을 유통 중인 비트코인 수로 곱하면 된다. 씨티그룹과 비자의 시가총액 계산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를 주식 수로 곱한 값이다. 이날 현재 각각 2013억달러, 2571억달러쯤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비트코인과 씨티그룹 등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주가는 해당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반영하지만 비트코인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비트코인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비트코인의 총체적인 규모가 과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WSJ는 비트코인과 씨티그룹을 굳이 비교하자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과 씨티그룹의 총자산을 맞대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씨티그룹의 총자산은 지난 9월 말 현재 1조8000억달러에 이른다.

신문은 또 비트코인과 비자를 비교하려면 비트코인과 비자의 결제 규모를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하루 결제액은 33만7000비트코인 안팎, 비자는 4억6000만건에 달한다.

WSJ는 기존 금융권과 비교한 비트코인 규모는 이처럼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핀란드가 한 해 생산하는 목재와 기계의 가치 등을 반영한 GDP와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통화와 비교해도 비트코인의 열세는 바뀌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11월 15일 현재 유통되고 있는 달러 총액은 1조5900억달러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6배에 가깝다.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단기부동자금을 포함한 더 넓은 통화지표(M3) 기준 달러 자산은 지난 9월 말 현재 13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 경제의 총자산 규모는 220조달러로 비트코인과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WSJ는 비트코인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건 똑 떨어지는 측정지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화인지, 결제수단인지, 투기자산인지 알 수 없는 비트코인의 모호한 정체성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표가 바뀔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누가 봐도 투기자산에 가깝다. 폭등하는 가격에 혹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