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거래 인기..시세 확인하다 일상생활에 피해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들 하잖아. 일단 나는 확실하게 한 번은 놓쳤어.”
소주를 연거푸 몇 잔 들이켜던 지인은 5년 전 비트코인을 사려다가 주변의 만류로 접었던 때를 반추했다. 당시 1비트코인의 가격은 10달러 안팎. 현재는 2만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송년회가 잦은 연말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화두는 어느새 비트코인으로 흘러가 있다. 기승전-비트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삶이 팍팍하냐, 재미없냐는 식의 서두는 예전과 다들 엇비슷하다. 하지만 그 종착점에 로또가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메꾼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과열 조짐이 두드러진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가상화폐가 ‘흙수저 탈출구’라고 여기는 국민들이 많은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간 부동산 투자 열풍에서 소외됐던 서민층의 심리를 가상화폐가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비트코인의 무서운 상승세를 두고 각종 인증이 쏟아지고 있다. 부러움 반, 궁금함 반. “지금 매수세가 심상치 않다. 가즈아~”와 같은 투자자들의 공유글을 읽으면 내심 혹하게 된다. ‘가즈아’는 ‘가자’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자신이 보유한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르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주문이랄까. 이로 인해 ‘재미삼아 공부나 좀 해볼까 한다’며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내 주변에도 다수다.

윤정원 기자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 위주로 시작됐던 가상화폐 광풍은 최근 학생·주부·노년층까지 번지는 추이다. 온종일 저임금을 받으며 고되게 일하기보다는 하루 2~3번 단타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1년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공포와 탐욕이 연쇄적으로 확산하기 쉬워 우려스럽다.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는 탓이다. 분초 단위로 매매를 반복하는 단타에 집중하면 대부분 투자자는 휴대전화로 틈날 때마다 시황을 확인하게 된다. 업무 중이나 일상생활 중에서도 계속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는 이들이 많아 ‘비트코인 좀비’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주변에서 투자를 시작하고 돈을 잃었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모두 약간의 수익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세를 확인하느라 쏟은 시간,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출렁이는 마음 등을 감안하면 크게 밑지는 장사가 아닐는지. 취업난 속 청년들이 ‘공시족’ 혹은 ‘비트코인 투기족’이 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참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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