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도권 거래 인정 불가 입장 고수..“폰지 사기 우려”

가상화폐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비트코인이 미국 월가 제도권 금융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시작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도쿄금융거래소 등 주요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선물거래의 길이 열리게 되면 비트코인 광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 전면 거래금지를 검토하는 등 가상화폐 도입에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CBOE 거래 개시..비트코인 가격 어떻게 될까

비트코인 선물은 CBOE에서 10일(현지시간) 1만5460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 10시 15분 기준 1만7780달러까지 치솟았다. 거래량은 1739건을 기록했다. CBOE에 이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도 오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된다.

비트코인 선물상장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하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셰어(GLD)’가 존재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면, 조만간 비트코인 ETF 상품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롱(매수) ETF, 숏(매도) ETF,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 출현을 예상했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또한 “기관투자자의 매수 및 매도 참여가 증가하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장기 변동성이 줄어들고 추가 자금 유입으로 가격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선물거래의 기본 메커니즘이 숏거래이므로 숏세력의 선물매도는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요인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외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 대학 경영학 교수인 크레이그 프리롱은 “월가 헤지펀드들이 롱 포지션이 아닌 숏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버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숏 포지션을 취해 돈을 벌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금융당국 “제도권 거래로 인정 불가..경제효용 없다”

암호화폐의 성장 가능성에 여러 국가에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제도권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국은 암호화폐에서 가장 투기적인 거래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에 금융당국 등은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유사수신행위)으로 본다”는 유권해석을 내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서 “(정부의 규제는) 비트코인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정부 내에서 거래 전면 금지를 포함해 어느 수준으로 규제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며 ”금융거래로 인정할 때 여러 문제로 파생될 수 있어서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선물 거래도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정부와 비교해 비트코인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가 보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은 선물 거래의 역사가 민간회사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는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법에 규정돼 있어 출발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인정하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게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수료 받는 거래소와 차익을 벌어들이는 투자자 외에 우리 경제에는 현재로써는 아무런 효용이 없고 부작용만 눈에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이날 세미나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는 가상통화 관련 거래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며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소를 부수 업무로 허용해달라는 금융회사가 여러 곳 있었지만,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통화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사람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면서 “이는 다분히 다단계 금융(폰지)사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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