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 호반건설·CSCEC·PAG 3파전..1월 15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대우건설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호반건설의 인수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그간 건설사 인수판의 단골손님이었지만 대개 결과가 불발로 끝났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과거 입질했던 매물들과는 사이즈가 다른 판에 나서면서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7일 건설·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예비입찰 마감으로 닻을 올린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인수 후보군이 3곳으로 좁혀진 상태다.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업체는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3곳이다.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건설 측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각각 한 곳씩 만난다는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년 1월 15일 결정한다.

현재로선 매각 실패설에 무게가 실리지만 매각이 이뤄진다면 호반건설의 인수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업계는 국내 기업인 만큼 세부 조건만 맞는다면 KDB산업은행이 가장 반길 카드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이 PAG나 CSCEC로 인수될 경우 산업은행은 우량기업의 국부 및 기술 해외 유출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갖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친 지분 획득으로 총 3조1785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됐다.

시공능력 평가 13위의 국내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성장세가 뚜렷하고 자금력도 갖췄다. 작년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4500억원 규모다. 유동성 자산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에 사실상 주력해온 기업이라 토목, 플랜트, 발전 등을 아우르고 있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 가능하다.

호반건설은 인수판 참여 이력이 다양한 만큼 사전 질의지 제출에 있어서도 유난히 도드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앞서 호반건설은 지난 7월 SK증권과 9월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판에 발을 빼거나 소극적인 베팅으로 무산됐다. 2015년에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지만 워낙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울트라건설(현 호반산업)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주 후보군들이 제출한 질의지에서 CSCED나 PAG는 향후 계획 등에 관련한 평이한 질문들을 했으나 호반은 우발 채무나 리스크에 관한 심층적인 내용을 많이 다뤘다. 질의 문항수도 월등히 많았다”고 전했다.

호반건설이 제시가격을 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인수가격을 20%까지 올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금액으로 1조40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CSCEC는 연매출 112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의 건설사다. CSCEC는 국내에서 제주드림타워, 정동진 차이나드림시티 등 사업장의 시공을 맡고 있다. PAG는 웨이지안 샨(Weijian Shan) 회장 이끄는 중국계 PEF로 약 2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PAG의 펀드 구성은 경영권 이전에 집중하는 프라이빗 에쿼티, 부동산, 절대 수익 등으로 이뤄진다. PAG는 지난 2015년 국내 유명 완구기업인 영실업을 인수했고, 대성가스산업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인수 과정에도 참여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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