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당신이 노후에 대비해서 추가로 아파트를 매입을 해서 임대를 하고 싶다고 하자. 아파트는 거래가 많아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어 환금성이 좋고,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다른 부동산 상품보다 비교적 장점이 많다. 이렇다 할 소득 없는 노후에 아파트는 현금흐름(Cash Flow)창출의 수단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모든 아파트가 당신의 노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입지와 상품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골라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우선 주거지로서 입지 경쟁력이다. 주거지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주거 프리미엄이 형성된 곳이다. 이런 곳은 교통(역세권), 교육(학원, 학군), 편의시설(쇼핑)이라는 명품 주거지 3박자를 갖춘 곳이다. 이런 곳이 바로 현대판 명당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 금액 한도 내에서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상적으로 완벽한 곳을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옛말에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다’고 했다. 100점짜리 집보다는 90점짜리 집을 선택하는 곳도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상품의 경쟁력도 따져야 한다. 월세 임대가 잘 나가려면 지역도 잘 골라야 하지만 상품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월세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세입자가 좋아하는 상품이어야 한다. ‘신축 10년 이내+소형+중저가’ 조건을 맞출 경우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월세 2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전세나 중대형 아파트는 부유층 밀집지역이 아니면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투자금액 한도 내에서 월세 수입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근거리에 저가 소형 여러 채가 낫다. 월세살이 수요는 중장년층보다는 젊은 층인데 빈약한 급여로서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다. 월세 부담을 낮추려면 아파트 값이 일단 싸야 한다.

아파트는 표준화·규격화된 주택이므로 정보기술(IT)의 힘을 빌리면 정보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KB부동산, 네이버부동산, 부동산114 등을 활용하면 아파트의 단지정보, 평면도, 학군정보, 관리비의 확인이 가능하다. 아파트 재건축 투자성을 따질 때 쓰는 용적률, 동·호수별 대지지분 확인은 스마트폰 앱 ‘온나라부동산포털’을 다운로드받아 활용하면 된다.

다만 아파트 임대도 약점 있다는 점은 미리 짚고 가자. 다가구·다세대주택 임대보다 세입자에게 덜 시달리지만, 가격 출렁임에는 더 많이 시달릴 수 있다. 아파트시장은 금융시장을 닮아 가격 변동성이 크므로 저점 매수를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아파트도 잘못 사면 아플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아파트를 사더라도 조급증은 금물이다. 당장 살아야 할 곳이 아니라 노후 대비 투자 목적으로 추가 구매하는 것이므로 서두를 게 없다. 가뜩이나 국내 아파트시장은 공급과잉,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등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법은 없다. 부동산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때 저가 매수한다는 전략이 낫다. 아파트를 통한 노후설계는 싸게 사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함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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