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통신위, 망중립성 이달 폐기 전망…과기부, 법제화 거론에 국내 통신주도 상승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망 중립성 폐지 반대 시위. /사진출처: Backbone Campaign 플리커

지난달 21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통신업계는 물론 인터넷과 미디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도입한 '망 중립성' 규칙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통신 사업자와 정부 등이 관련 기관들이 데이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망 중립성에 따르면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사업자들에 별도의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 사업이 급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다. 반면 네트워크 설비 투자와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사업자들은 “인터넷 사업자 배만 불린다”고 반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는 달리 취임 전부터 망 중립성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취임 직후에는 망 중립성 폐기를 주장하는 아지트 파이를 FCC 위원장에 임명했다. FCC는 오는 14일 망 중립성 폐기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망 중립성 폐기 찬성론자들이 FCC를 장악한 만큼, 망 중립성 폐기는 확정적이다.

망 중립성 규칙이 없어지면 통신사업자들은 특정 사업자나 서비스에 대해 추가 비용을 받거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망 사용 대가로 추가 비용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를 끊거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 간에 망 중립성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KT가 운영 중인 페이스북 전용 캐시 서버를 함께 이용해 왔는데, 트래픽 증가로 KT 서버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홍콩의 캐시 서버를 이용하게 되면서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 접속에 애를 먹었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지되거나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당사자인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애플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대형 IT업체보다는 자금에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단체들은 인터넷 요금 인상과 대기업의 콘텐츠 독점, 혁신 저하 등의 이유로 망 중립성 유지를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망 중립성은 뜨거운 감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미국 FCC의 망 중립성 규칙 폐기 여부를 보고 망 중립성 정책의 법제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의 이 같은 반응은 통신기본료 인하 결정 이후 약세를 면하지 못하던 국내 통신 3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주가는 각각 1.3%, 0.8%, 1.5% 올랐다.

하지만 이통3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가 당장 한국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데다, 당장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계층 요금감면 확대는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월 2만원대의 저렴한 보편요금제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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