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네이버 등 해외 업체 속속 진출…일본 현지 기업은 스마트홈에 집중

일본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내외 업체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AI 스피커란 사람의 음성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음악 재생, 날씨 알림, 대화 등이 가능한 제품을 말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알렉사’라는 이름의 AI를 탑재한 ‘에코’를 2014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13일부터 일본에서 AI 스피커 판매를 시작했다. 크기와 기능별로 조금씩 다른 에코, 에코플러스, 에코닷 3종류 상품이 출시됐다.

일본판 에코는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대화가 가능하다. 지도 등 현지 관련 정보를 안내해주며, 일본 개발자를 위한 알렉사 기능 250가지에 대한 설명도 탑재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과 공동으로 개발한 AI ‘크로바’를 탑재한 ‘웨이보’를 출시했다. 웨이보는 지난 7월 예약 시작 닷새 만에 체험판 물량이 모두 동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웨이보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라인’과 연결돼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기업 구글도 ‘구글 홈’을 들고 일본 AI 스피커 시장을 두드린다. 구글 홈은 이미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상용화된 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이다. 구글은 AI 스피커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집안 내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서비스의 중심으로 삼을 계획이다.

구글 홈은 이미 온라인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나 청소로봇 ‘룸바’ 등과 연동된다. 구글 홈을 통해 음성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틀거나 로봇에 집 청소를 시키는 일이 이미 가능하다.

일본 전자업체들도 속속 AI 스피커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소니와 파나소닉이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7’에서 공개한 AI 스피커에는 모두 구글의 AI가 사용됐다. 현재 자체적으로 음성 AI를 만드는 일본 기업은 도시바 정도가 꼽힌다.

대신 일본 기업들은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내 제조사별 홈IoT 기기 표준화를 위한 ‘커넥티드 홈 얼라이언스’도 발족했다.

일본 AI 스피커 시장이 가열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해졌다. 최근 아마존은 자사 일본 판매 사이트에서 네이버의 웨이보 판매를 중단했다. 아마존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매 상품을 판단한다”고 설명했지만, 에코 출시 시기와 겹치면서 독점금지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자업체들이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 기대감에 AI 스피커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면서 “AI 스피커가 더욱 똑똑해지면 스마트폰 등을 대신하는 정보의 입구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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