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차기행장 후보에 외부인사 허용 가닥
노조 "낙하산 우려..용납 못 해"

채용 비리로 논란의 중심에 선 우리은행의 차기행장 자리를 두고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인사까지 차기행장 후보군에 포함한다는 소식에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낙하산’ 선임 우려가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빠르면 오는 17일 임추위를 열고 차기행장 후보 지원 자격과 선임 절차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차기행장 후보군에 내부 출신 외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기로 하고 후보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 우리은행은 차기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에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를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자율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시장과 고객, 주주에게 정부와 은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지분 매각을 통해 과점주주 체제의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18.78%의 지분을 가진 예보가 여전히 1대 주주다.

예보가 임추위에 포함되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우려가 있어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예보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외부인사까지 후보군에 포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3일 낸 성명에서 “민영화한 우리은행의 독립성을 빙자한 외부인사 영입은 조직 내부를 전혀 모르는 무자격 인사의 인선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위험성을 알고도 일부러 추진하는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인사의 지원을 허용하는 이유로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 갈등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불거진다. 금융노조는 “최근 우리은행 임추위가 행장 후보로 외부인사 지원을 허용하는 이유로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 갈등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려 외부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내부 계파 갈등 논란도 불편하지만 외부 출신이 차기 행장으로 오는 것은 더욱 원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외부 출신이 와서 조직을 파악하고 장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예보 잔여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등 채용 비리 논란에 발목 잡힌 이슈가 많기 때문에 내부 출신이 조직을 추스르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재 차기행장 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은 은행장 대행 체제를 이끄는 손태승 글로벌그룹장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경영 연속성을 위해선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현직 고위 임원을 차기 행장으로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다. 손 그룹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옛 상업·한일은행 출신을 배제한 외부 중립 인사로는 경남은행장을 지낸 박 전 행장이 거론된다. 박영빈 전 행장은 장기신용은행에서 시작해 한미은행의 심사 영업 국제업무를 맡았고 런던지점장을 역임했다. 우리투자증권 부사장, 우리금융지주 전무를 맡았던 이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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