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강세, 금리상승이 맞물리고 있다. 이른바 신 3고(高) 현상이 회복 추세에 있는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가 시장 우려요인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지난주 미국 공화당 상원이 세제개혁안에서 법인세 인하 시기를 2019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심리 약화 우려심리도 추가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시장의 부담요인들을 점검해 보자.

우선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와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모두 2년 4개월여 만에 6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60달러선에 근접해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 말 정기총회에서 감산 합의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반대파 숙청 사태 등 중동지역 정정불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당분간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또는 하방 경직성 강화 요인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 압력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유 가격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기적인 변수는 미국의 셰일산업이다. 미국은 유가 하락 시에는 감산을 통해, 유가 상승 시에는 증산을 통해 유가의 상단과 하단 수준을 제어하고 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미국의 증산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이 물가압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소재와 자본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아울러 산유국을 중심으로 투자 및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머징 경기 펀더멘탈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플레 압력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 내에서의 유가 상승을 부담요인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한편, 이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동반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3명의 금통위원이 머지않은 시기에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3명은 신중론을 제시해 사실상 금리 인상 여부는 한은 총재의 의중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준이 1.00~1.25%인 현 기준금리를 12월에 인상할 가능성이 큰 상황임에 따라 한은이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을 막기 위해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이달 말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은 국내 경제의 취약점인 가계부채 문제와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 강세는 향후 흐름에 따라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2013년 5월의 미국발 테이퍼 탠트럼(신흥국의 긴축 발작) 현상의 재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대비 신흥국 거시경제 환경의 개선 및 아직 저평가된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과 통화가치 등을 고려하면 신흥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은 아직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는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선진국과 신흥국간 통화정책 기조의 동조화가 낮아질 가능성도 기대된다.

수출 여건과 관련해서는 중국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내수부문 확대 정책으로 견조한 내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수요로 인해 신흥국의 수출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경기회복과 수출 증가가 주로 단가(P) 상승에 기인했던 반면,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선진국의 기업 설비투자 회복세가 관찰되는 가운데 수요(Q) 증가의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신흥국 수출 여건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여건들을 종합해 보면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강세, 금리상승 등 신 3고 현상이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를 훼손할 이슈로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단기간에 보다 가팔라질 경우에는 경제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더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지난주 미국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시점을 오는 2019년으로 1년간 미루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제시한 점이다.

내년부터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하원과 이견을 보이고 있어 세제개편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노이즈는 미국증시에 선반영돼 있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일정부분 센티멘트 약화를 가져올 수 있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절차상 양원의 합의를 거치는 절충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고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당분간 시장은 트럼프노믹스의 후퇴라는 일방향만을 반영하려 하기보다는 향후 전개 추이를 관망하려는 스탠스가 보다 우세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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