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세수급지수 125.6 기록..입주물량·갭투자 증가 탓

‘전세대란’이 올해는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최근 입주물량이 급증한 데다 저금리를 이용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가 늘어난 탓이다. 일각에서는 역전세난 우려도 불거진다.

13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6일 기준 125.7로 집계됐다. 2009년 2월 9일(122.4) 이후 약 8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0∼200 범위에서 100이 수요와 공급 균형을 이룬 것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그간 경기도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을 양산해오던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5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37.2로 떨어졌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2013년 9월과 2015년 3월 각각 최고 수치인 20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160선조차 깨지 못했다.

전세수급지수의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거의 입주물량이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37만9579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에서만 전국 물량의 33.5%인 12만7127가구가 입주한다.

실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폭증하고 있는 경기 화성·용인·수원·오산 등 수도권 남부지역을 살펴보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례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1만6675가구가 입주해 역전세난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경기지역에서는 내년에 총 16만3366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2014~2015년 주택시장 호황 때 크게 증가한 분양 아파트가 올해와 내년, 2019년에 집중적으로 준공되는 데 따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한 강남의 경우에도 전세수급지수는 상당히 하락했다. 강남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6일 기준 141.2로 역시 2012년 7월 2일(141.0) 이후로 5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역전세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긴 연휴 등으로) 올해는 가을 성수기가 별로 없어서 수요가 적었다. 이에 따라 지수가 하락하고 전세가격 상승이 둔화됐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강남은 2019년 가락시영 입주 시기라면 모를까, 그 전에는 입주물량이 없기 때문에 역전세난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3대 리스크는 금리인상 등 유동성 축소와 수요 위축, 주택 준공 물량 증가”라며 “이러한 리스크 확대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관망하고 신규 매수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위원은 “지방 주택 공급 과잉 지역의 역전세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남을 비롯한 서울권은 금리 상승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이 강화되고 있어 내년에 거래는 줄어들더라도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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