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내놨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논하는 TF인 만큼 그 결과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번 중간보고서에서는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등 '유통 3법'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감몰아주기·담합 등에 관련한 '공정거래법'은 판단을 보류, 최종보고서로 결론을 미뤘다.

시장에 주는 충격은 일단 유통업계에 한정됐지만 최종결론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전속고발법 폐지로 인한 고소남발을 우려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계 특성 등 전문적인 조사 없이 고소·고발이 남발할 경우 받게 될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렵게 쌓은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실추될 수 있고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해 비용과 시간만 소모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법무팀을 갖추고 있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사소한 사안까지 법적분쟁이 벌어지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한 것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민간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공정위가 1차로 불공정 행위를 판단하고 문제가 되는 사안만 검찰에 넘겨 기업 가치 추락과 과도한 소송비용 발생을 방지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오히려 대기업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를 비난해 왔다.

이에 재벌개혁을 중점과제로 내세운 이번 정부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정책 추진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번 유통 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 역시 그 첫발로 인식된다. 일단 공정위는 해당 법안의 경우 위법성 판단에 공정위의 전문적 판단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폐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통분야에서 갑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다"며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폐지로 결론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정위의 고발 지침도 개정된다. 법인을 주로 고발해왔지만 앞으로는 임원은 물론 실무자도 고발 대상에 넣을 방침이다. 자연인인 행위 주체가 고발 대상에 포함되면 위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분석한 것이다.

피해자가 법원에 불공정 행위를 중단시켜 줄 것을 직접 제기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도 도입한다.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들이 직접 소송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또 하도급법·가맹법·대리점법에 적용된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하고 공정거래법·유통업법에는 신규 적용하기로 했다. 배상액도 현행 그대로 할지 10배 이내로 대폭 상향할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일단 공정위는 이번 중간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국회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는 내년 1월 최종 보고서에서 결정된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TF 결론 그대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로 가닥을 잡은 만큼 재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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