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단지는 저평가되어 있으니 제값을 받읍시다.”

요즘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 담합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6년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아파트 제값 받기 운동의 재판이다.

우리 아파트는 살기 좋은 동네인데, 주거 효용가치만큼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주택 소유자인 주인들이 힘을 뭉치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가격 이하로 매물 내놓지 않기, 아파트 단점 외부에 알리지 않기, 싸게 파는 중개업소와 거래 끊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왜 무리하게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 집값 띄우기에 나설까. 단기적으로나마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가를 높여 내놓음으로써 시세 착각효과를 거둔다는 얘기다.

실제 2006년 당시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담합 덕분에 가격이 소폭 올랐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잠시 반짝하던 아파트값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담합으로 오랜 기간 가격을 떠받치기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제값 받기 운동은 단기는 모를 까 장기적 효과는 없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어찌 보면 저평가된 아파트가 아니라 원래부터 제대로 평가된 아파트이었는 지 모른다.

저평가 논리는 단순히 집값 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담합 과정에서 엉뚱하게 해당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문제다. 실제 가치보다는 부풀려진 호가를 보고 매입하기 때문이다. 집값 담합은 법률적으로 처벌이 힘들어 결국 거래당사자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끔 “저 사람의 실력이 저평가 돼 있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혹시 저평가보다는 본래 실력이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을까. 한번은 실수였다고 봐준다고 하더라도 서너번 반복해서 그 정도 결과가 나왔다면 더욱 그렇다. 어찌보면 세상에 저평가돼 있지 않는 집이 어디 있으며, 저평가 돼 있지 않는 사람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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