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한투증권 단기금융업 인가..초대형 IB 시대 개막

사진제공 :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초대형 IB 시대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당초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향한 질주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최종확정했다. 초대형 IB 후보 5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이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절차 문제로 심사가 보류됐던 삼성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개사도 초대형 IB로 지정 됐다. 다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진 못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일 한국투자증권만 단기금융업을 인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외국환 업무 범위가 확대된다. 대출자산의 위험수준에 따라 건전성 부담이 결정되는 새로운 NCR 지표도 적용된다.

중요한 점은 자금조달인데 이를 위해서는 단기 발행어음 취급이 필수다. 단기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으로 자산 규모의 2배까지 자기 신용으로 발행이 가능하다. 회사채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적게 들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시중은행보다 더 좋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초대형 IB 본연의 업무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실상 초대형 IB 1호는 한국투자증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시장을 선점한 만큼 어음발행을 통해 연내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4조30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로 거듭나기 위한 밑준비도 마친 상태다. 이미 지난 6월 종합금융투자실을 신설하고 단기금융 인가, 발행어음 관련 업무를 추진해 왔다. 따라서 사업승인이 나면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개시가 가능하다.

이제 관건은 투자처 확보다. 정부가 초대형 IB 육성에 나선 것은 벤처·혁신 기업 등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즉 기업금융에 대한 투자확대를 두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어음발행으로 끌어모은 자금의 절반 이상은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비율도 있다. 여기에는 부동산 투자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강승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만이 단기 금융업 인가를 획득한 만큼 다른 대형 증권사 대비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 초기 단계에서도 1조원 규모까지는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초대형 IB 시대의 본격화는 이번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의 합류시점에 달렸다. 이들 증권사 역시 사실상 발행어음사업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제재 이력이나 대주주 적격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는 연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의 접속 지연 등 전산 장애를 일으켰고 지난 1분기 보고서에서는 유가증권 운용 실적을 3조4000억원가량 부풀려 공시한 바 있다. 유로에셋투자자문사의 옵션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혐의도 있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심사보류를 받았다. KB증권은 지난해 불법자전거래로 2억8750만원의 과태료와 1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것이 걸림돌이 됐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큰 제재 이력은 없다. 고객투자 일임재산운용관련 리베이트 불법수취로 기관주의를 받은 정도다. 다만 지난 국감에서 논란이 된 케이뱅크 인가 특혜 관련해서 NH투자증권 역시 우리은행, KT와 사실상 동일인인 산업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에 연루됐다. 또 금감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김용환 회장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