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용 편집국장

우리은행이 뒤숭숭합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행장이 얼마 전 옷 벗은 건 전주곡에 불과한 듯합니다. 검찰 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면서 칼끝이 어디까지 갈지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권이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행장이 은행 최고 경영자로서 채용과정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그러지 않았다면 해당 사항에 대해 묵인·방조하거나 부추겼는지가 수사의 핵심입니다. 만약 이 행장이 적극적으로 은행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면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엔 괜찮을까요? 이 경우는 되레 우리은행 조직에 더 치명적입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은행장 모르게 조직이 움직였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항간에 떠도는 우리은행 내부 계파 갈등 문제가 치유 불가능 단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겠죠.

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일은행·상업은행 간 힘겨루기가 이번 채용비리 의혹에 불씨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검찰 역시 은행 내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태세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단 뜻이죠.

예금보험공사가 새 행장을 뽑는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예보는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우리은행 단일 1대 주주입니다.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거치면서 '보이지 않았던 손'이 다시 보일 상황인 거죠.

우리사주 조합은 당장 발끈합니다. 우리은행 노조는 새 행장에 '낙하산' 인사가 올 경우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까스로 과점주주를 거쳐 민영화와 지주회사 전환 등 절차를 밟아가던 우리은행 지배구조 밑그림이 흔들릴 위험에 빠진 겁니다.

채용비리 의혹에서 발화된 우리은행 사태는 사실 한일·상업은행 간 뿌리깊은 계파갈등의 산물이란 게 은행권의 시각입니다. 결국 우리은행 내부에서 낙하산을 불렀다는 겁니다. 현 상황에서 차기 행장으로 돌려막 듯 한일은행 출신이 나서면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이런 복잡다기한 우리은행 상황이 1대 주주인 정부의 역할론을 고개들게 한 겁니다. 정부로서는 우리은행의 경영공백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결코 유리할 게 없습니다.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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