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카탈루냐 독립 반대 집회 / 사진제공: 연합뉴스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가 알 수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7일 '핵옵션'이라고 하는 헌법 155조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의 자치권이 무력화했다. 자치정부와 의회는 해산됐고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한 관리들은 해임됐다. 이미 예상된 일이다.

스페인 정부가 오는 12월 21일 조기선거를 치르기로 한 건 의외였다. 스페인 정부는 한술 더 떠 푸지데몬의 출마를 막지 않겠다고 했다. 카탈루냐 반독립 진영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몇 개월이라도 직접 통치를 하며 독립파를 잠재우길 원했는데 오히려 재기의 발판을 놔준 셈이다. 카탈루냐 사태는 과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30일 카탈루냐 사태를 둘러싼 7가지 의문에 답하며 실마리를 제시했다.

1. 카탈루냐 통치자는?

푸지데몬 수반과 각료들이 해임되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온전히 스페인 중앙정부 통제권에 들어왔다.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가 사실상 수반 역할을 위임받았다. 스페인 내각 각료들은 자치정부 내 해당 부처를 책임진다.

스페인 정부는 자치경찰 조직 '모소스 데스콰드라'도 장악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 때 투표를 막으라는 중앙정부의 명령에 저항해 눈 밖에 났다. 모소스 데스콰드라의 수장인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는 푸지데몬과 함께 해임됐다.

스페인 정부는 그러나 다른 주요 부처의 약 140개의 고위직에는 독립을 지지한 기존 행정부 인력을 남겨뒀다.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통치가 온건한 기조를 띨 것임을 시사한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2. 시민들의 저항은?

카탈루냐의 자치권이 정지된 이후 대규모 시위는 오히려 독립 반대 세력이 주도했다. 이들은 전날 카탈루냐 주도인 바르셀로나에 모여 '카탈루냐는 스페인이다'라고 외쳤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 군중이 10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카탈루냐의 독립반대파는 지난 1일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 지지표가 90%에 달했지만 투표율이 43%에 불과했다고 강조한다. 독립 반대 세력이 더 많다는 주장이다.

물론 독립파가 다시 세를 모아 저항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폴리티코는 다만 스페인 정부의 조치로 이들의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의 직접 통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면대결을 피하는, 보다 유연한 전략을 들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3. 분리독립파 선거 나서나?

스페인 정부가 조기선거 일정을 못 박은 만큼 독립파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2개뿐이다. 후보를 내거나 선거를 보이콧하는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건 스페인 정부의 직접 통치를 수용하는 게 되고 선거를 거부하면 정치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일단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의 출마를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푸지데몬이 감옥에 가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스페인 검찰은 푸지데몬을 비롯한 독립파 지도자들을 최고 30년형의 반역죄로 체포할 태세다.

푸지데몬이 속한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과 집권연합 일원으로 함께 독립을 주장해온 카탈루냐공화좌파당(ERC)은 선거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두 정당의 주요 인사들은 선거에 참가해 정치권 내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4. 분리독립파 새 리더는?

2015년 선거에서는 PDeCat와 ERC가 승리를 위해 손을 잡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공조할지는 불분명하다. PDeCat 소속 한 의원은 가능성이 절반밖에 안 된다고 봤다. 독립 강경 기조를 고수해온 ERC는 최근 푸지데몬의 수세적인 입장을 비난했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 정치권에서는 ERC가 PDeCat을 대신해 독립파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도 자치정부 부수반을 맡아온 오리올 훈케라스 ERC 대표가 수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PDeCat은 새 수반 후보를 세워야 할 처지다. 푸지데몬 자신이 그동안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PDeCat이 앞으로 스페인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립 주장을 번복하는 건 큰 모험이지만 선거 패배가 PDeCat이 독립파에서 발을 빼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 선거 결과는?

2015년 선거에서 독립파 정당들은 48%를 득표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관건은 이들이 절대다수 의석을 지키느냐, 마느냐다. 전망은 엇갈린다. 폴리티코는 어느 쪽이든 독립을 반대하는 시민당(시우다다노스)이 주도하는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봤다. 독립파가 절대다수 의석을 잃을 경우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이 속한 좌파정당 '카탈루냐 엔 코무'가 킹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지만 시민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폴리티코는 12월 선거 결과가 결국 카탈루냐 정당들이 독립이냐, 잔류냐는 문제를 뒤로 미루고 광범위한 정치이념에 기반한 합종연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6. 독립 지지 약해질까?

이에 따라 12월 선거 이후 카탈루냐 독립파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몇 주간의 사정으로 보면 강경한 독립 주장이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경제적인 우려가 크다. 당장 지난 1일 주민투표 이후 카탈루냐에서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 기업이 1700개에 이른다. 이번 사태에서는 국제사회가 카타루냐의 독립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독립파엔 유럽연합(EU)이 등을 돌린 데 따른 충격이 가장 크다.

폴리티코는 자치권이 중지된 이후 독립반대파가 보여준 결집력도 독립파를 놀라게 했다고 지적했다.

7. 게임체인저는?

폴리티코는 스페인 정부가 푸지데몬을 비롯한 전직 고위 관리들을 체포하면 독립파를 자극해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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