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선서 중)

문재인 정부 탄생 동력은 '촛불혁명'입니다. 1년 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1700만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앞에서 '이게 나라냐'고 탄식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 앞에서 남녀노소도, 진영구분도 없이 광화문 광장은 분노의 발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연인원 1700만명이 주말마다 광장을 가득 메웠어도 불상사없는 '평화촛불'로 기록됐습니다. 불상사는커녕 집회를 마치면 광장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이런 국민들과 함께 나라의 미래를 엮어가는구나'라는 생각에 빠지면 숙연해졌습니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2017년 올해의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민을 선정했습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인권상은 매년 세계 각지에서 인권 증진에 탁월한 공헌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합니다. 1925년에 설립된 이 재단은 비영리기구로 독일에서 가장 유서깊은 정치재단입니다.

윤경용 편집국장

"민주적 참여권의 평화적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이 중요한 사실을 전세계 시민들에게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에버트 재단의 선정 이유)

아직도 그 촛불은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가슴속 깊이 똬리를 틀었습니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광장의 추억은 아이들에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은 절실함이었습니다.

시민의 힘을 보여줬던 촛불혁명이 1년을 맞습니다. 1주년 행사는 광화문과 여의도로 갈라져 진행할 모양입니다. 모양새가 불편합니다. 따로 광장을 만드는 이유가 더 그렇습니다.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 따라 현 정치상황을 보는 시각에 다른 것 같습니다.

다시 지난해 10월로 돌아가서. 그때 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행사를 누가 주최하는지를 묻고 따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허탈함이 1700만 시민들을 광장에 모은 겁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촛불혁명이란 위대한 시민정신을 마치 주최단체의 전리품처럼 인식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1년 전 '촛불혁명'이 온전한 시민의 몫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그 정신을 받들여야 합니다. 광화문 광장을 밝힌 촛불에는 진영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일뿐입니다.

'촛불민심'은 정권을 바꾸는 동력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이끄는 힘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국민통합'의 묵시적 가치도 담겨있었다고 봅니다. '이게 나라냐'로 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의 시민정신은 '이게 나라다'로 완성돼야 합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국정가치여야 합니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한 단계 승화시킨 '촛불혁명'은 모두가 보듬고 안아가야 할 미래가치입니다. 이제 촛불은 미래를 밝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잠재력으로 남겨야 합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