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위축 불가피..“집값 상승세 꺾일 것”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정부의 갖가지 부동산 대책에도 꺾이지 않던 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17일 일제히 인상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 기준 주담대 금리는 0.05~0.07%포인트 올랐다. 잔액 기준 주담대 금리도 0.02~0.05%포인트 인상됐다. 전날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신규 취급기준과 잔액 기준이 각각 0.05%포인트, 0.02%포인트씩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신규취급 코픽스 금리는 1.52%, 잔액기준 금리는 1.61%였다.

업계에서는 주담대 금리 인상이 8.2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에도 꿈쩍 않던 대출이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371조5493억원이다. 전월보다 2조546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8·2부동산 대책이 시행됐던 지난 8월 증가폭(2조4654억원)보다 더 커졌다.

8·2부동산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던 이유는 대책 전 이뤄진 선대출 수요가 지난달까지 이어지고, 가을 이사철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린 탓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오르며 전주(0.06%)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8% 상승하며 8·2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가장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 기존 주택 보유자와 신규 매수희망자 모두 손발이 묶였다. 분양 시장에서는 미계약, 미분양 증가가 점쳐진다.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도 위축돼 시장 분위기가 식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주담대 담당 관계자는 “이달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도 예정돼 있는데 이자 상환 부담까지 계속 증가하면 부동산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담대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집값 상승세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담대 금리인상에 따라 매물이 늘어도 매수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아직 인상폭이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점진적으로는 현재 대출자와 신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져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연말 미국발 금리인상을 앞두고 코픽스 금리 역시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 예측되면서 코픽스(신규 취급 기준) 금리가 9월 1.35%에서 12월 1.51%로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기준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96%포인트 상승하고, 아파트 가격은 1.8% 하락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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