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와 국감 암초에 잇따라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인가마저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해 마련된 금융혁신위가 오히려 은행과 증권산업의 혁신을 막아선 셈이다.

금융혁신위는 "최근 초대형 IB의 신용공여는 결국 은행과 같은 기업대출"이라며 "이것이 IB 본연의 기능인지 알 수 없고 업권 간 형평성에도 어긋나 시스템 리스크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결국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태옥 의원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IB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이는 원금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대규모의 부동자금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IMA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 자본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금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초대형 IB 지정·인가 시 대주주 적격성 외에 건전성도 함께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은행권과 영역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 IB에 신용공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허용하는 것으로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이달 중 예정됐던 초대형 IB 인가가 지연되는 것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와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점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 5곳 모두 제재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미래에셋대우는 연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의 접속 지연 등 전산 장애를 일으켰고 지난 1분기 보고서에서는 유가증권 운용 실적을 3조4000억원가량 부풀려 공시한 바 있다. 유로에셋투자자문사의 옵션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혐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가 설립한 사모펀드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파산 문제가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심사보류를 받았다. KB증권은 지난해 불법자전거래로 2억8750만원의 과태료와 1개월 영업정지를, NH투자증권은 고객투자 일임재산운용관련 리베이트 불법수취로 기관주의를 받은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출사표를 던진 증권사들은 앞다퉈 조직을 정비하는 등 초대형 IB 탄생에 낙관적이었지만 이번 금융혁신위의 지적과 국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달 말쯤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