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에서 전 정권과 제1야당을 상대로 벌이는 정치보복과 사찰의혹에 대해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전쟁을 벌인다는 자세로 임하겠다."(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국민 민생 살려달라. 과거 잘못을 바로 세워 달라. 안보를 바로 세워 달라. 이번 국감에서는 세 가지를 제대로 담아서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만들겠다"(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경용 편집국장

12일 국정감사를 앞둔 여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의 출사표입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쟁을 벌인다는 자세"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감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최후의 낙동강 전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의를 불사르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국감 출사표가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의 행로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험로가 더 적확한 표현이겠죠.

올해 8월 20대 실업자는 39만명에 달했답니다. 이중 순수 실업자는 7만2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통계청)

20대 실업자 중 순수 실업자 비중이 18.5%인 셈이죠.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8월(10.0%)보다도 8.5%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니까 20대 청년들 5명 중 1명은 직장 문턱도 밟아본 경험이 없단 얘기입니다.

통계청은 청년실업률이 심각하다고 진단했습니다. 70만명을 육박하는 취업준비생과 50만명을 넘보는 구직 단념자들의 사회적 분노지수가 청년고통지수란 이름으로 OECD 회원국 꼴찌 수준을 맴돌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하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탓도 실업률 증가의 한 원인이긴 합니다만, 이 역시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현저히 줄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추석연휴 동안 정치인들은 귀성길 마중과 지역구 민심탐방을 합니다. 그리고 '밥상머리 민심에 따르면'이란 이름으로 추석민심을 전합니다. 듣고 싶은 얘기 위주로 편집한 민심이라서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10일간의 황금연휴도 못 쉬고 직업적 특성상 생활 현장을 지킨 사람들 많습니다. 한 야당대표는 이런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더군요. 지척에 있는 노량진 '공시촌'도 들러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들은 취업 못 한 죄인 된 심정으로 고향 집밥도 포기할 만큼 절박합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민생현안을 두고 여야가 머리는 맞대고 고민할 시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일단 출사표로만 볼 때 그렇습니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쟁이 국감장을 휘덮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실업문제나 한미 FTA 재협상 대책, 사드보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게 뻔합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앞에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니 보수니하는 진영논리는 가치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합니다.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정치 스트레스를 줄이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겁니다. 애먼 기업 CEO들 호출해서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호통쇼'는 너무 식상합니다.

정치는 사회적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는 행위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치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감은 시장이 기울어져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바로 잡을지를 고민하는 장이 돼야 맞습니다.

적폐청산이니 정치보복이니, 이런 이상한 프레임에 국감을 가둬두면 안됩니다. 이런 논쟁은 사법부 판단에 맞기고 국가적 현안과 민생문제를 놓고 '낙동강 전선'을 구축하길 기대합니다. 이것이 필자가 들은 추석밥상머리 민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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