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감사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서태종 수석부원장과 총무국장 이모씨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현직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지인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기준을 바꾸거나 채용 인원을 늘리는 등의 수법으로 부적격자를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올해만 두번째다. 검찰은 지난 1월 말에도 변호사 부당 채용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사무실 2~3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결국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인 변호사 임모씨 등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당시 비리가 금감원 내부 감찰로 드러난 것이라면 이번에는 외부 기관인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감사 결과 금감원 내 적폐는 비단 채용비리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유관 업무를 맡았던 직원 161명 중 44명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차명 계좌 등을 동원해 주식 거래를 했다. 그 가운데 23명은 아예 정보제공 동의조차 거부했다.

방만 경영도 도를 넘었다. 임직원 1907명 중 3급 이상 관리직 비율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기준인 9%의 5배 수준이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분담금 등으로 편성된 예산 3666억원은 사실상 쌈짓돈처럼 사용돼 왔다. 음주운전 등으로 기소되고도 조직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되는 등 구성원들의 모럴헤저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면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을 향해 "이게 감독당국이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은 금융권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감독기능은 금감원으로 이관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럴 경우 금융위의 지휘를 받아 금감원이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수직적 이원화' 체제가 깨진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 부활해 금감원을 흡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금융위 공무원 중 상당 수는 기재부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새 조직에서 금감원과 일원화된 상태로 근무하게 된다.

문제는 비리 종합세트로 전락한 금감원이 금융감독기능을 온전히 담당할 수 있는 지 여부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 제도가 폐지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분리된 이후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10년간 자괴감에 시달려 왔다.

그 전까지 금융권 감독 업무를 주도하다가 금융위라는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탓이다. 금융위 과장급이 금감원 부원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손에 쥔 권력을 누군가에게 내준 뒤 찾아온 헛헛함이 금감원 직원들을 일탈의 길로 이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금감원 내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통렬한 자기 반성 없이 감독기능 분리 등을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금융권 권력은 두 '최씨'에게 분산된 양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막연한 사이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위 해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최흥식 원장은 금감원 영향력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새 금융감독기구가 설립된다면 둘 중 한 사람이 수장을 맡을 공산이 크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경쟁하는 형국이다.

혹여라도 최 원장이 칼자루를 잡는다면 금융권은 채용비리와 부당 주식거래 등이 판치는 조직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가 된다. 금감원의 환골탈태가 전제되지 않은 감독기능 분리는 어불성설이다. 금감원은 초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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