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국내증시 코스피는 미국증시 주요 주가지수들과 더불어 소폭의 조정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증시의 완만한 조정은 국내증시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이 적지만 조정폭이 확대될 경우 동조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에서 미국 정책 이벤트와 제반 지표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8월 잭슨홀 미팅 이벤트는 서프라이즈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은 트럼프발 정치적 불확실성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정부 잠정폐쇄(셧다운)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5일 개회하는 미국 의회는 9월 중에 정부 예산안과 국가 채무한도(시퀘스터) 증액을 확정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간의 대립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13년에도 오바마케어 예산안 삭감으로 불거진 정치적 대립 상황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셧다운 발생 전후를 즈음해 미국 증시가 불확실성 증가 속에 조정 흐름을 보였던 점이 이번에도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어 미국 정치 이벤트를 앞둔 금융시장에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정부의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향후 트럼프 친성장 정책 기대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남겨진 부담요인이다.

물론 2013년 당시 상황과 비교해 보면 힘의 구도에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미국 상원과 하원 다수당이 각각 민주당, 공화당으로 달랐지만, 올해는 대통령 및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 예산안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또한 2013년 당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미국 증시는 긍정적인 경기 흐름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선 바 있다.

결국 정치적 리스크는 단기 노이즈일뿐 시장의 추세 결정 요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치 이벤트의 불확실성 증가 문제보다는 이번에도 미국 증시가 펀더멘탈 개선을 통해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우선 주목해야 할 지표는 이달 말 발표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와 9월 초에 발표될 경제지표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분기별 GDP 통계를 속보치, 수정치, 확정치 등으로 나누어 세 번 발표한다. 이달 말 발표되는 2분기 미국 GDP 수정치는 속보치에서 발표되었던 2.6%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우선 이의 부합 또는 상회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치적 합의 실패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2분기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 수준에 부합하고 8월 제반 경기지표들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미국 내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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