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8월 5일자 표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곳곳에서 거론된다. 세계에서 가장 믿을 만하다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지난 5일자 표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 위원장의 사나운 표정을 담은 핵 버섯구름으로 장식했다. 표지 제목은 'It could happen', 즉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과거형'으로 쓴 기사에서 한반도 핵전쟁은 2019년 3월에 일어났다.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이 한창이던 때다. 북한이 그해 1월 7번째 핵실험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타격 지점 반경 70km의 모든 생명체를 몰살할 수 있음을 입증한 뒤다. 그새 북한이 독수리 훈련에 맞서 지상 핵실험으로 버섯구름을 만들 것이라는 정보가 돌았다.

북한의 지상 핵실험은 트럼프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과 소련 외에는 지상에서 고고도 핵실험을 한 나라가 없었다. 트럼프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트럼프는 결국 선제타격에 나섰고 북한도 반격했다. 김정은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끝내 핵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을 표적으로 한 ICBM은 발사대를 떠나지 못했고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노린 중거리 미사일은 격추됐지만 서울은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다. 최초 사망자는 30만명, 방사능으로 수개월 내 더 많은 이들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트럼프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핵폭탄 4발이 북한에 떨어졌고 김정은은 지하 벙커 안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뒤 트럼프는 습관대로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사악한 김정은의 서울 핵공격은 나빴다. 그에게 핵을 되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 내 행동 덕분에 미국이 다시 안전해졌다."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코노미스트는 한반도 핵전쟁이 결국 모두가 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시나리오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건 핵전쟁을 막을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재앙을 막기 위해 그동안 뭘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트럼프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발언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최근 북한이 계속 미국을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거라고 경고하는 등 연일 대북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공격',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맞섰다.

제니 타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 연구소 부소장은 "우리가 북한을 더 위협하면 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급기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10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말려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는 힘든 결정이 되겠지만 북한의 핵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본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한이 선뜻 핵프로그램 포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 중단이나 축소를 위한 논의에 참여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한·미 군사훈련을 유예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과거에도 이미 북한과 한·미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의를 할 의지를 보인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 북한을 핵프로그램 중단과 핵사찰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한 적이 있다.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북 경제 제재가 그동안 중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제효과를 내지 못한 만큼 북한이 핵개발 자제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제재를 완화해 긍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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