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기자

어제 저녁이었다. 근래에는 연락이 다소 뜸했던 대학동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벨이 울릴 때부터 느껴지는 뭔지 모를 진한 촉.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결혼해?”

대답은 ‘예스(Yes)’였다. 하물며 예비신랑님이 의사란다. 술친구 한 명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진정하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다음 주에 청첩장을 받을 겸 저녁자리를 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죽여줘야지 싶다. 안정적인 삶으로의 행보에 대한 부러움 반, 자유로움의 엔딩에 대한 약올림 반의 마음 하에.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결혼’이라는 게 살결에 와 닿는 요즈음이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는다. ‘노는 거 다 끝났네?’라며 우스갯소리를 내던지면서도 나 역시 한편으로는 슬슬 조바심이 난다.

예전에는 친구들과의 대화거리가 연애에 맞춰졌지만 이제는 결혼이 화두다. 사회생활 새내기인 또래 친구들은 ‘취집’가고 싶다며 연신 노래를 부른다. 일과를 끝내며 카톡방은 상사 욕으로 도배를 하고, 수다의 귀결은 대개 결혼, 취집이다. 얼마 전 친한 친구 하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으니 맛집 가자고 꼬드기지 말라며 통보까지 해왔다. 취집을 가고 싶으니 일단 좀 말라야 되겠단다.

‘신분 상승’의 꿈을 접게 된 시대다. 취집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통용 단어가 됐다. ‘잘난 집안 자제’에게 시집 장가를 가는 것 말고는 청춘들에게 계층 이동 변수는 없다. 이 시대 청년층에게는 신분 상승은 거의 허상이나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직장이나마 다니면 감지덕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자는 488만8000명이다. 1년 전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취업시험 분야별로는 일반직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비율이 36.9%로 1위를 차지했다. 국가공무원 신분인 교원 임용(6.3%)을 준비한다는 비율까지 합산하면 ‘공시족’은 43.2%에 달한다.

청년 미취업 기간은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미취업 기간이 1년∼2년 미만인 청년 비율은 20.5%로 3.6%포인트나 상승했다. 미취업 기간 1년 이상 전체로는 1.2%포인트 확대된 44.4%였다. 미취업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청년 비율은 0.9%포인트 하락한 44.7%, 6개월∼1년 미만은 0.3%포인트 줄어든 10.9%다.

다이어트에 매진하겠다던 친구에게 동기의 결혼소식을 알렸다. 2년 계약직으로 언론사에서 근무 중인 친구는 부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자기도 의사남편 만나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푸념 섞인 토로를 쏟아냈다. 이따 술이나 한 잔 하잔다.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턴가.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