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고급품목의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판매를 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는 역성장한 데 반해 수입차는 성장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총 77만9685대.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줄어든 수치다. 

업체별로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1.8% 감소한 34만4783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7.6% 줄어든 25만5843대를 팔았다. 한국지엠도 16.2%나 감소한 7만2708대 판매에 그쳤다. 그나마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각각 5만3469대, 5만2882대로 5.5%, 12.7% 판매가 늘었다
 
반면 수입차는 동기간 11만8152대를 판매, 1.2% 성장했다. 사실상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빠진 상태에서도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고급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벤츠는 3만7723대, BMW 2만8998대, 렉서스 5855대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0%, 25.2%, 30.4% 성장했다. 여기에 혼다(5385대), 토요타(5193대), 볼보(3512대), 닛산(3268대), 재규어(2306대), 캐딜락(823대), 피아트(973대)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판매도 각각 45대, 21대로 50.0%, 90.9%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13.2%를 기록했다.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정지로 12%대로 떨어졌던 점유율이 반등한 것이다.

경기불황에도 수입차 판매가 증가한 것은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차 판매와 상품성에 있다. 실제로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 3사는 하이브리드차를 전면에 내세운 판매전략으로 지난해부터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수입차 시장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벤츠와 BMW는 각각 주력인 E클래스, 5시리즈 신차를 통해 판매경쟁을 펼치고 있다. 볼보, 캐딜락 등 판매량이 급증한 브랜드 역시 신차 공급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산차 업계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일몰에 따른 기저효과 탓만 하고 있다. 동등한 조건에서 수입차는 약진을 이어갔음에도 말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치적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기저효과는 사실이지만, 더 큰 원인은 주력 모델의 노후화에 따른 상품경쟁력 하락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반기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업계는 하반기에도 강력한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국산차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신차 출시가 이어진다. 소형 SUV 코나, 스토닉이 판매를 시작했고 기아차의 중형 SUV 쏘렌토 부분변경도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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