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북한이 4일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Nothing better to do)라고 반응했다. 정확히는 "이놈은 일생에 그렇게 할 일이 없나"(Does this guy have anything better to do with his life)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정은을 '애송이'로 취급했다. '이놈저놈' 하기 예사였다.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의 새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트럼프는 곧이듣지 않았다. 트위터에는 "북한이 막 미국 영토 일부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의 자신감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오판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가 '독립기념일' 오후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ICBM인 걸 공식 확인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이 미국 자치령인 괌의 미군 기지와 알래스카는 물론 미국 본토 서부 해안까지 닿을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은 이 미사일에 중량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며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할 일이 없었던 게 아니고 할 일을 제대로 한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보단 압박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펼쳤다. 중국을 떠밀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다가 여의치 않으면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었다. 

문제는 북한이 사실상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서 미국이 더이상 선제타격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이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미국은 이제 자국 안보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가 조롱했던 김정은이 트럼프 자신과 대등한 입장이 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대북정책을 새로 써야 할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북한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거나 유엔 결의로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의심한다.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의 실제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가 그동안 벼른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할 순 있겠지만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선제공격에 나서긴 어렵다고 본다.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게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북 대화 재개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로 분위기가 험악해진 상황에선 성사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마지막 선택지는 당장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건 한국이나 중국, 일본이 아닌 미국에 직접 핵공격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바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게 미국은 냉전 이래 이미 수십 년을 핵공격 위협 아래 지냈다. 한국과 일본도 북한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한이 그동안 사정권에 뒀던 한국이나 도쿄, 괌 등을 공격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이는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가 미국을 공격하지 않은 이유와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장 강화가 한반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겠지만 한반도가 폐허로 전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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