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의 불이익'을 탈퇴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의 이번 행보는 이미 예상됐다.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파리협정 탈퇴 결정은 공약을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끝까지 트럼프를 설득하고 압박했다. 백악관 관리는 물론 유엔 및 주요국 지도자, 글로벌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번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일방통행이었다.

트럼프는 파리협정의 이행조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하거나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온난화 대응 노력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건 아니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문제는 재협상이나 새 협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엔과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은 파리협정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게 파리협정은 당사국만 전 세계 195개국에 이른다. 사실상 전 인류가 사상 처음 지구 온난화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래서 '인류를 위한 역사적 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마련된 것으로 2020년 이후의 로드맵이 담겼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지만 파리협정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에 의무를 지웠다. 트럼프의 불만을 이유로 흔들 수 있는 틀이 아니다.

미국이 탈퇴한다고 파리협정 체제가 당장 무너지는 건 아니다. 미국이 빠져도 협정의 발효 조건은 계속 충족된다. 

다만 미국의 이탈로 파리협정의 힘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미국이 중국 다음가는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문제 삼으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중국의 환경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파리협정은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유럽연합(EU)도 파리협정의 탄탄한 기반이 못 된다. EU에선 석탄산업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의 발언권이 부쩍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로 폴란드가 EU 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석탄 공급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신흥·개도국의 여건도 더 취약해질 전망이다. 굴뚝산업 의존도가 높은 신흥·개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성장속도를 늦춰야 한다. 선진국은 이들의 온난화 방지 대책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녹색기후기금(GCF)을 마련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30억달러를 약속했는데 트럼프는 이 역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이유로 파리협정이 결국 교토의정서처럼 헛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교토의정서 역시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자국 산업 보호, 경제 악영향 등을 이유로 탈퇴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비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2005년에야 가까스로 발효됐지만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간 대립, 주요국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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