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전원의 모습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뀝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무더워지지만 한편으로는 장마에도 대비해야 하는 6월의 전원생활에 대해 알아봅니다.

-먼저 6월의 절기부터 알아볼까요. 5일이 망종인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요.

=6월의 절기로는 5일 망종(芒種)과 21일 하지(夏至)가 있습니다.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드는데요. 망종은 ‘곡식의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의미로, 이 시기에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이뤄집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처럼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게 됩니다. 전라도에서는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풋보리를 베어다 그슬려 먹는 ‘보리 그스름’이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경기도를 제외한 중부 이남에서는 망종 날 천둥 번개가 치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습니다.

-망종 다음 하지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잖아요.

=그렇습니다. 하지는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지요. 하지부터 기온이 올라 몹시 더워집니다. 가뭄도 가뭄이지만 장마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하지만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촌에서는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6월의 산과 들녘의 풍경도 많이 바뀌지요.

=그렇습니다. 6월 초순 제가 사는 강원도 홍천 산골의 집 주변은 녹음이 더욱 진녹색으로 변하고요. 연분홍색 메꽃, 보라색 하고초 등 다양한 꽃들이 순수한 자연미를 뽐냅니다. 또한 집집 울타리마다 장미꽃이 만개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밭둑에는 가녀린 달래가 가느다란 줄기 맨 꼭대기에 둥그런 꽃 뭉치를 피워놓고서는 심술궂은 바람에도 꼿꼿하게 버텨냅니다. 6월의 자연은 덥지만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6월의 자연 먹거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6월의 자연 먹거리 가운데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단연 으뜸입니다. 오디는 처음 녹색으로 시작해 빨갛게 변한 다음 검게 익습니다. 검게 익은 오디의 맛은 달달하면서도 은은합니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자연의 선물 또한 그 시기가 정해져있습니다. 오디의 집중 수확기간도 보름가량으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비를 맞으면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힘은 들어도 햇볕이 쨍쨍한 날에 수확하는 것이 맛좋은 오디를 얻는 요령입니다.

-뽕나무는 오디뿐 아니라 잎과 가지, 뿌리까지 모두 쓰이는 효자나무잖아요. 

=뽕나무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표적인 효자나무입니다. 뽕나무 잎은 쌈과 나물, 장아찌, 그리고 차의 재료로 쓰이고요. 나뭇가지 역시 새순이 돋아나기 직전인 2, 3월에 잘게 잘라 말려 덖은 다음 차로 내어 마시면 좋습니다. 이를 상지차 즉, 뽕나무가지차라고 부릅니다. 뽕나무 뿌리(상근) 역시 차 재료와 약재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6월이면 왜 풀과의 전쟁도 치열하지요?

=이미 5월부터 풀과의 전쟁은 시작되는데요. 6월 들어서면 더욱 격렬한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기후 변화 탓에 예측이 어렵긴 하지만 통상 여름 장마는 6월 중하순에 시작되어 7월 중하순에 끝납니다. 그래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예취기를 사용해 풀 제거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비 온 뒤에는 풀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기 때문에 정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작물 보살피랴 풀 제거하랴 이래저래 농부의 마음과 손길은 분주해집니다.

-일일이 풀 제거 작업이 힘들기에, 애초 비닐이나 잡초매트로 두둑을 덮잖아요?

=그렇습니다. 수분 유지와 풀 억제를 위해 대개 밭두둑에 검정비닐을 씌운 다음 구멍을 뚫어 작물을 심습니다. 그래도 그 구멍 사이로 작물과 함께 온갖 풀들이 키 재기 경쟁을 합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런 풀들은 일일이 뽑아줍니다. 비가 온 뒤 훌쩍 커버린 밭 주변 풀들은 예취기로 베어줍니다.

-6월에 미리 한여름 뙤약볕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지요?

=그렇습니다. 무더위가 심해지기 전에 실내로 들어오는 햇볕을 차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겨울에는 햇볕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여름에는 이를 최대한 차단해야 시원한 집이 유지됩니다. 창문 바깥쪽에 차양을 만들어주면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실내에 블라인드만 설치해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남서향과 서향 창문은 철저하게 차광하는 게 좋습니다.

-여름이 되면 모기라든가 전원의 불청객 때문에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전원생활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다간 큰코다칩니다. 뱀, 말벌, 쥐, 모기, 고라니, 멧돼지 등 전원생활의 불청객들은 수시로 출몰합니다. 특히 6월에 들어서면 뱀과 말벌의 활동이 왕성해집니다. 말벌은 시골집과 비닐하우스, 창고 구석구석에 자신들의 집을 짓습니다. 전원 터를 구하기 위해 시골의 강변이나 계곡 등을 답사 다닐 때는 특히 뱀을 조심해야 합니다.

-독사 등 뱀 대처법 좀 알려주세요. 

=여름철 낮에 밭에서 일을 하거나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는 반드시 등산화나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뱀은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시멘트 등 포장도로에도 자주 나타납니다. 물론 사람 인기척이 나면 대개 뱀들이 먼저 피하지만, 행여 보지 못하고 발로 밟게 되면 뱀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물 수도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6월이면 노지의 여름작물도 수확이 시작되지요?

=그렇습니다. 6월 중하순이 되면, 밭에 심은 오이와 고추, 상추, 감자 등을 수확하지요. 자연스레 먹거리도 여름밥상으로 바뀝니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수확한 채소류 등을 밥상에 올려놓고 고추장, 된장에 찍어 먹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지요. 매년 첫 수확을 하게 되면 자연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6월의 건강 먹거리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 있다면 들려주시지요.

=지난 2014년이었습니다. 유기농 농사를 지어 어느 정도 수확을 내고 있던 때였지요. 비닐하우스 안에 오이를 심었는데 주렁주렁 풍작이었어요. 근데 동네 어르신께서 오셔서 좀 달라는 거예요. 한번 드렸는데 또 오셔서 더 달라는 거예요. 저와 아내는 감격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농산물을 동네 어르신께 나눠드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거든요.

-나눠줄 수 있어 감격했다는 거네요.

-예, 사실 저희 가족은 2010년 늦가을에 지금의 강원도 홍천 산골마을로 들어온 이후 오이 나눔 전까지는 동네 이웃이 재배한 농산물을 사먹거나 일방적으로 얻어먹기만 했거든요. 땅이 망가져있는 상태에서 자연농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2013년 유기농업으로 전환했는데 2014년에 비로소 오이 나눔을 하게 된 거지요. 2015년부터는 수박과 참외, 고추도 유기농업으로 지어 제법 만족할만한 수확을 거두고 있습니다. 땅부터 살리니까, 땅이 보은하기 시작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텃밭 농사를 짓는 귀촌인들은 먼저 땅부터 살려서 자연이 주는 결실과 건강을 함께 얻으시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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