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귀농귀촌인들은 “내가 과연 시골에 내려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게 됩니다. 도시와는 판이한 시골생활 적응 노하우에 대해 알아봅니다.

-농촌사회는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지요. 먼저 농촌의 특징부터 설명해주시지요.

=농촌은 도시보다 땅 면적은 넓지만 인구가 적은 데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농가비율이 2016년 처음으로40%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사는 홍천군 내촌면은 면 전체 인구가 2500명도 채 안됩니다. 이는 수도권의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 인구에도 못 미치는 겁니다.

-농촌은 인구도 적고 고령자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시골법, 즉 관습이 우선하지요?

=그렇습니다. 시골의 인간관계는 정적이며 비형식적이고, 법이나 계약보다는 도덕이나 관습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의 합리적, 형식적, 계약적 행위에 익숙한 도시민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단 농촌의 마을조직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농촌의 마을 조직에는 크게 대동계·노인회·부녀회가 있습니다. 대동계는‘동리계’,‘동네계’라고도 부르는데요. ‘대동계’는 마을의 복리증진과 상호부조를 위해 공유재산을 관리하고 공동 작업을 하는 등 마을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자치 조직입니다. 매년 1회 연말이나 정월 대보름에 대동계 회의가 열리는데요. 이때 마을의 결산 등 중요 사항을 결정하며 이장 선출도 합니다.

-부녀회와 노인회는 어떤 조직인가요.

=부녀회도 마을의 중요한 조직입니다. 제 아내도 부녀회 반장인데요. 부녀회는 동네 대소사 때 취사를 전담하고요. 예전에는 마을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각 집마다 보관해놓은 재활용품을 선별해 팔아 기금을 모으기도 합니다.노인회는 6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요즘엔 고령화로 인해 75세 이상이 대부분인 실정입니다.

-시골 마을에도 이런 저런 감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런가요?

=예, 제가 시골에 살면서 깜짝 놀란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장님'으로 불리는 감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는데요. 마을에는 이장·반장·노인회장·부녀회장·청년회장·새마을지도자·개발위원 등의 임원이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마을 임원회의가 구성돼 마을의 중요한 일들을 논의하는데요. 대부분은 이장님이 행정 관서와의 중간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귀농·귀촌을 하면 이장님을 자주 찾아가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귀농귀촌인과 마을주민 간 갈등도 적지 않다고 하던데...그 원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지요.

=먼저 귀농귀촌인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귀농귀촌인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어릴 적 고향 같은 배려와 인정을 막연하게 기대합니다. 하지만 시골이라고 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시골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돈과 성공, 명예를 좇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공동체문화를 강조하는 시골이지만, 현재의 시골 공동체는 도시인의 개인주의, 이기주의 못지않게 시골의 ‘집단화된 텃세’가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시골 공동체문화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지적이네요.

=그렇습니다. 사실 많은 농업농촌 전문가들도 “지금의 농촌공동체는 예전의 상호부조와 공동운명체로서의 일체감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인정합니다. 지역주민들끼리도 이해관계에 얽혀, 또는 돈 때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사실 적지 않습니다. 

-시골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갈등에 구조적인 부분은 없는지요.

=사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09년 시작된 제2차 귀농·귀촌 열풍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한 5060세대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농촌에서도 역시 5060세대가 마을을 이끄는 리더 이자 기득권 세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도시에서 들어오는 같은 연령대의 귀농귀촌인들을 경계할 수밖에 없지요.

-시골공동체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꼭 필요한 관계 집단입니다. 그러나 과거 인정과 배려의 시골 공동체는 지금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귀농귀촌인 유입이 계속 증가하면서 이들이 새롭게 만드는 도시형 시골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시골공동체도 개념으로서나 실제 모습에서 더욱 유연하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봅니다.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상생하는 새로운 시골 공동체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지역주민 입장에서 본 귀농귀촌인들의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지요.

=먼저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일종의 편견과 이기심을 들 수 있겠는데요. “농민에 대한 혜택이 많으니 나도 그 혜택 좀 받아야 겠다”, “지금의 농촌은 내가 낸 세금 덕에 유지되었으니, 나도 내 몫 좀 찾아먹어야겠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귀농귀촌인들이 꽤 있습니다. 심한 경우 “내가 도시에 살 때 농촌을 먹여 살렸으니, 각종 지원은 당연하다. 그러니 빨리 내 보따리 내놓으라” 이렇게 말하기도 한답니다. 또 농촌 사람들을 깔보듯 내려다보고 대한다는 지적도 있고요.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은 좀 심하네요. 우려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역주민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있는 혜택,없는 혜택 모두 달라고 떼쓴다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내 몫 좀 찾아 먹자”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귀농·귀촌한 이들끼리도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이해관계에 얽혀 편을 나눠 반목하는 일도 잦습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 뿐 아니라 귀농귀촌인 간에도 갈등이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다. 제2차 귀농·귀촌 열풍이 불면서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성공 스토리와 휴먼 스토리가 소개되었지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귀농·귀촌인끼리의 갈등과 분쟁도 적지 않게 숨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저 역시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드러낼 것은 드러내 개선점을 찾아야겠지요.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이 함께 상생하는 해법을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예, 도시민의 급속한 유입으로 변화의 길목에 선 농촌은 상생의 귀농·귀촌인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상생은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귀농·귀촌한 이들끼리도 더불어 사는 것이지요.‘내 보따리’가 아닌 ‘우리 보따리’가 귀농·귀촌인들이 견지해야 할 마음자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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