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로망’이라는 전원생활을 꿈꾸어 봅니다. 하지만 이를 결행하기란 쉽지 않지요. 자금 조달도 그렇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막막합니다. 귀농귀촌을 하고자 하면 일단 지역선택과 땅 구하기란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이에 수반되는 자금조달과 전반적인 국토현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귀농귀촌 지역을 선택하고 내 땅을 구하려면 아무래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텐데요.

=예, 사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 가운데 상당수는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중간에 포기하곤 합니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등 전원생활 기반을 구축하려면 당연히 큰돈이 들어가거든요.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지구입과 주택마련 등에 들어간 정착자금은 귀농인 평균 1억7703만원, 귀촌인 평균 1억7125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요. 정착자금은 주로 어떻게 조달했는지요.

=본인과 배우자의 저축액과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전원생활 준비 및 정착 자금의 조달은 결국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과 도시 부동산 등을 정리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시켜야 할 부분입니다. 만약 땅과 집을 사지 않고 빌린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지역은 선택해야 하지요. 바로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지역선택이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먼저 인생2막의 삶터로 수도권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으로 내려갈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사실 지역 선택 및 땅 구하기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의 규모는 어느 곳(수도권 또는 지방), 어떤 땅(대지, 논밭, 임야 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땅값 차이를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지요.

=‘2016년 토지 실거래가 동향’을 보면, 경기도의 전(밭) 가격은 3.3㎡(1평) 기준 평균 75만7000원으로 강원도(17만3000원)보다 4.37배 높았다. 뒤집어보면 같은 돈을 가지고 강원도에선 경기도보다 4배 이상 넓은 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죠. 전라남도로 가게 되면 8.7배나 더 넓은 땅이 내 것이 됩니다.

-허긴 지방만 놓고 보아도 시와 군 지역의 땅값 차이가 크잖아요.

=그렇습니다. 같은 군이라도 읍·면 중심지와 산골 오지의 땅값은 천양지차입니다. 같은 마을에서도 땅의 용도나 입지별 특성에 따라 가격은 제각각이지요. 그래서 꼭 얼마가 있어야 귀농귀촌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요. 다니다 보면 가진 돈에 맞추어 땅을 구할 수도 있는 거지요.

-시골이 고향인 분들은 왜 귀향이라고 하잖아요. 생각보다 많은 것 같던데요.

=예, 수도권이냐, 지방이냐를 놓고 결정했다면, 두 번째로 것인지 고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타향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전원입지 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은 바로 연고입니다. 2011~2015년 귀농한 이들의 41.4%, 귀촌한 이들의 28%는 귀소본능처럼 고향을 택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꼭 고향으로 가야 할 이유는 없지요.

=그렇습니다. 통계에서 드러났듯이 귀향은 귀농이 많고, 귀촌은 28%에 그쳤습니다. 산행이나 여행길에서 한눈에 ‘필(feel)’이 꽂힌 땅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나와 궁합이 맞는 터입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동호회라면 그 모임 자체가 연고라고 할 수 있고요. 동호회 회의를 통해 지역을 선택하고 땅을 확보하면 됩니다.

-듣고 보니 수도권과 지방, 고향과 타향을 놓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면 광역적 지역 선택의 윤곽은 잡히겠네요.

=그렇지요. 그런 다음 시·군→읍·면→리→개별 터 순으로 좁혀나가면 됩니다. 만약 자녀교육 및 결혼, 경제활동, 인간관계, 문화·소비생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수도권을 완전히 내려놓기 어렵다면 서울을 중심에 놓고 따져보아야 합니다. 여전히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거든요. 먼저 경기지역을 알아보고 땅값이 너무 비싸다면 교통망이 잘 갖춰진 강원, 충청 등 범 수도권으로 관심지역을 넓혀나갑니다. 승용차로 2시간 이내 거리라야 불편함이 없습니다.

-수도권이 좋긴 한데 땅값도 비싸고 또 자연환경도 많이 훼손되었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한’ 전원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가급적 수도권에서 벗어나라고 권합니다. 전원환경이란 땅과 물, 하늘과 공기 등 4박자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수도권은 각종 개발과 급속한 도시 팽창 여파로 쾌적한 전원환경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물론 쾌적한 전원생활을 약간 희생하는 대신 투자가치가 높은 쪽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수도권은 여전히 매력적이지요.

-이렇게 지역선택이란 문제를 놓고 보자면 국토현황에 대한 개괄적인 파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인생2막의 전원생활 터를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나라 국토 현황에 대한 개괄적인 파악은 기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지적통계연보’를 보면, 국토 면적(2015년 말 기준)은 총 10만295㎢입니다. 이중 농촌에서 전원주택, 펜션 등으로 가장 많이 전용되는 전답 등 농경지가 20.2%(2만274㎢)입니다. 물론 임야가 국토의 63.8%(6만4003㎢)로 가장 넓습니다. 바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와 공장용지는 3.9%(3907㎢) 정도로 조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귀농인들은 농경지가 많은 지역에, 귀촌인들은 임야가 많은 지역에 관심이 높을 것 같은데요.

=귀농인들의 관심이 높은 농경지 면적은 전남이 3327㎢(전체 16.4%)로 1위에 올라있습니다. 임야 면적은 산 좋고 물 좋다는 강원이 1만3786㎢(전체 21.5%)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고요. 근래 들어 임야를 찾는 귀산촌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귀농·귀촌의 새로운 흐름이기도 합니다. 대(지)와 공장용지는 각종 개발이 활발한 경기가 737㎢(전체 18.9%)로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별 면적 현황도 궁금한데요.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면적은 경북이 1만9031㎢로 가장 넓습니다. 이어 강원 1만6826㎢, 전남 1만2313㎢ 순입니다. 가장 면적이 작은 곳은 세종(465㎢)이고요, 이어 광주(501㎢)와 대전(539㎢) 순으로 작습니다.

-그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넓은 땅을 가진 시·군은 어디인가요.

=제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입니다. 홍천의 면적은 1820㎢로 수도 서울(605㎢)의 3배에 달합니다. 이어 인제군이 1645㎢로 두 번째, 경북 안동이 1522㎢ 로 세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갖고 있습니다. 홍천군은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라 특별시·광역시를 모두 포함한 전국 시·군 가운데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

-홍천이 그렇게 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사실 제주도만큼 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 홍천의 면적은 제주도(1,849㎢)의 98%에 이릅니다. 홍천군은 1읍9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내면은 가장 거대한 청정 오지입니다. 총 면적은 447.98㎢로 홍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경기 광주시(441㎢)보다도 큽니다. 물론 산이 대부분을 차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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