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의 한방'에 예금금리 올리고 대출금리 낮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이 흐른 가운데, 시중은행들과 저축은행들이 금리전쟁에 한창이다.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등 인터넷은행에 대한 대응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 은행권 연 2% 예금금리..무이자대출도 확대 검토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각종 이벤트로 집토끼 단속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가 출범하던 날에 맞춰 최고 연 2.1%의 예금금리와 연 2.2%의 적금금리,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2'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4일부터는 각종 우대금리와 상품을 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3'를 진행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스마트 금융그룹을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재편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0%의 금리를 적용하는 'ZERO 금리 신용대출'을 오는 7월까지 판매한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즉시 대출과 무방문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인터넷은행의 설계자'로 불리던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최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시중은행의 강점인 주택 관련 대출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작업도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을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은행은 딱 한 번만 방문하도록 개정했다.

우리은행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은행 방문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무방문 기금 전세자금대출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시장 뺏길라"..금리 인하에 비대면 서비스 확대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마음이 더 급하다. 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4∼7등급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통해 급성장했는데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2금융권 가계대출 조이기로 신규 대출이 거의 멈춰진 상황이다. 여기에 인터넷은행이 등장, 중신용자 대출을 특화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저축은행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최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이다(연 6.9%∼13.5%)'를 팔고 있는 SBI 저축은행은 최근 인터넷은행에 맞서기 위해 최저 연 5.9%인 'SBI중금리바빌론'을 출시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최저 연 5.99%인 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 '그날 대출'을 내놨다. 인터넷은행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사업자전용 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수신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각종 특별판매 상품으로 고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들어 연 2.0%까지 떨어졌던 1년 기준 평균 정기예금 금리도 30일 현재 2.02%로 다시 오르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0일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2.3%가 넘는다. 아울러 비대면 채널을 늘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은행이나 저축은행 모두 아직은 인터넷은행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케이뱅크의 대출 목표치는 4000억원이지만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9조원이 넘는다. 또 지금은 규모가 작아서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규모가 늘어날수록 지금의 금리로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실제로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중신용자들에게 한 자릿수 금리로 대출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며 "지금처럼 낮은 금리가 계속 유지된다면 저축은행은 저신용자 소액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중소기업 금융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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