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은 누구나 전원명당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지역이름으로 본 귀농귀촌 명당에 대해 알아봅니다.
-과연 어디가 귀농귀촌 명당일까 정말 궁금한데요.
=전원생활하기에 좋은 최고의 명당은 어딜까? 만약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합니다. 무릉도원은 중국 도원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데요. 산과 물 등 자연풍광이 매우 아름답고 토지가 비옥하며 사람들이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 다른 말로 하면 ‘이상향’, ‘별천지’, ‘낙원’입니다.
-지역이름이 무릉도원이라면 정말 명당이겠군요. 근데 우리나라에도 무릉도원이란 이름의 지역이 있는지요.
=풍수지리사상이 짙게 배어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이 무릉도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행정구역명이 ‘무릉리’와 ‘도원리’인 마을이 바로 그곳인데요. 특히 아예 면 이름을 무릉도원으로 바꾼 강원 영월군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는 무릉리와 도원리가 나란히 위치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먼저 영월의 무릉도원부터 소개해주시지요.
=2016년 11월 강원도 영월군은 이색적인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종전 수주면이란 행정구역 명칭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꾼 것인데요. 영월군이 면 명칭을 무릉도원으로 바꾼 것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무릉리’와 ‘도원리’가 함께 있는 면의 특성을 살려 귀농귀촌 1번지 및 관광 별천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에서입니다.
-아예 영월군은 면의 이름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꿨다...영월군 무릉리와 도원리는 어떤 곳인가요.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리는 백덕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이 요선암과 어우러져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영월 무릉리와 도원리에는 이색적인 바위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는데요. 무릉리 설구산 아래에는 신랑이 사모관대를 하고 서 있는 ‘신랑바위’가 있습니다. 건너편 도원리에는 새색시가 족두리를 쓴 형상의 ‘각시바위’가 있고요. 이 두 바위는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그 중간에 ‘꽃바위’란 이름의 또 다른 바위가 있습니다.
-혹시 영월과 접한 다른 시군에도 무릉리 또는 도원리라는 마을이 있는지요.
=영월에 접한 정선군 남면에도 무릉리가 있습니다. 가을 억새가 장관인 민둥산(1118m) 자락에 들어선 무릉리는 해발 400m 이상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자연마을 가운데 자뭇골은 주목 자생지로 유명합니다. 삼한시대부터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아까 괴산군도 무릉리와 도원리가 함께 접해있다고 하셨지요.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는 마을 복판에 무릉원이란 비가 있습니다. 중국 무릉도원의 이름을 따서 도원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도원리는 속리산국립공원이 가까운 데다 괴산의 젖줄인 달천을 끼고 있어 귀촌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 도원리 위쪽으로 무릉리가 접해있는데, 달천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오지 분위기가 강해 도원리에 비해 선호도는 떨어집니다.
-그럼 영월과 괴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무릉리나 도원리 한 곳만 있다는 거군요.
=무릉리라는 지명은 특히 경상도에 많습니다. 경북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는 넓은 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 무릉리는 칠봉산 앞의 구릉성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낙동강 지류가 휘감아 흐릅니다. 또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거창군 남하면에도 하천이 흐르는 평지에 무릉리가 각각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에는 산촌마을 무릉리가 있고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도 무릉리가 있습니다.
-그럼 도원리 분포 현황은 어떻습니까.
=역시 전원명당을 뜻하는 지명인 도원리는 유독 충청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요. 충북 보은군 내북면 도원리는 지대가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이 그윽하다 하여 도원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바위에서 술이 나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술바위’도 있습니다. 청원군에는 특이하게도 도원리가 두 곳 있는데요. 내수읍 도원리는 대부분 낮은 구릉지인 반면 문의면 도원리는 중산간지역입니다. 충남에는 천안시 병천면에 도원리가 있습니다. 마을 서쪽으로 광기천이 흐르며 주변으로 농지가 길게 펼쳐집니다. 당진군 송악읍에도 도원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무릉리나 도원리라는 마을이 없나요?
=수도권에서는 경기 양평군 청운면에 도원리가 있습니다. 중국의 무릉도원처럼 풍광이 뛰어나 도원이란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지금도 마을의 바위에는 무릉도원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밖에 경북 의성군 봉양면에 도원리가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많은 무릉리와 도원리는 지금 과연 제 이름값을 할까요?
=정답을 대라면 답은 ‘글쎄?’입니다. 전원명당을 칭하는 이름을 처음 얻은 당시와는 달리 이후 각종 개발과 마을의 진화과정에서 무릉도원의 이미지가 퇴색된 경우도 많기 때문인데요. 무릉도원이란 명성에 걸맞은 입지인지 아닌지는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해볼 일입니다.
-명당의 조건을 갖춘 땅이라고 해도 꼭 좋은 땅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팔자가 드센 ‘미인 땅’이 바로 그런 땅입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고 하지요. 미인은 불행한 일이 따르고 요절하기 쉽다는 말인데요. 이는 땅에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입지적 조건이 워낙 뛰어난 미인 땅은 보는 사람마다 욕심을 내기 마련이고, 그 결과 기구한 팔자에 처하기 쉽습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시지요.
=몇 년 전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서 기구한 팔자의 미인 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경춘선 복선전철 강촌역에서 1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미인 땅은 그 규모만 5만㎡(1만5125평)에 달하는데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의암호와 삼악산(656m)이 주변 산수화를 그려내고 동남향에 탁 트인 전망, 부지 외곽으로 두 갈래 계곡물 등 분명 입지적으로 볼 때 명당의 조건을 두루 갖춘 땅이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된 춘천 도심까지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용도지역도 전원주택을 짓는 데 어려움이 없는 계획관리지역이었고요.
-그런데 왜 팔자가 드센 미인땅이 된 건가요.
=뭇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 매력을 뽐내다 보니 사기꾼, 투기꾼들의 손을 많이 탔습니다. 당시 땅 주인은 “내 땅이 나도 모르는 사이 몇 차례 매물로 나온 적이 있다”며 “심지어 사기꾼들에 의해 전원주택 박람회에서 버젓이 분양단지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번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사기꾼이 그를 앞에 두고서 자신이 땅 주인이라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 난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인 땅이라고 혹 해서 급하게 계약하거나 하면 안 되겠군요.
=이런 박복한 미인 땅을 만나게 되면 외모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 전에 반드시 소유권 변동 내역과 토지이용 규제사항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습니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소송 등이 얽혀있는 땅은 실제 집을 짓지 못할 뿐 아니라 되팔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박복한 미인 땅은 쳐다보지도 말고 손 안 탄 땅을 사라’는 땅 투자 격언은 그래서 음미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