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5번가 한복판에 있는 신규 럭셔리 콘도아파트 ‘세타이’

뉴욕 맨해튼에는 대략 200만 명이 산다. 공식적인 통계는 160여만 명인데, 불법체류자나 단기체류자 및 관광객을 포함하면 대략 200만 명이 된다. 강남구보다 면적이 1.5배인 크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강남구, 서초구 인구를 합해도 100만 명밖에 안 되니 맨해튼의 인구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평지고 고층이기에 사이즈 대비 인구밀도가 우리나라 강남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맨해튼의 주거 구분은 크게 나누면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다. 아파트는 우리로 보면 주상복합이고, 콘도나 코업으로 구분된다. 우리처럼 몇 천 가구의 대단지는 거의 없고 한 동의 건물로 되어 있다. 타운하우스는 3~5층 규모의 우리네 연립주택 형태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옆집과 벽이 붙어있으면서 나란히 도로를 면하고 늘어서 있는 집들이다.

우선 가격 면에서 보면 타운하우스가 대체로 비싸다. 오래되어 고풍스럽고 거실과 뒤쪽 작은 정원 등 면적을 좀 넓게 건축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곳에 위치했느냐가 첫 번째 가격 결정 요인이지만, 같은 지역 내에서는 타운하우스가 콘도나 코업보다 대개 값이 높은 편이다. 코업은 150여 년 전에 도시 과밀화로 서민층을 위한 목적으로 건립한 것이어서 좀 저렴하다. 콘도는 대략 1970년대 이후 코업을 진화시켜 고급스럽게 아파트 형태로 지어진 주거 공간이다. 따라서 맨해튼은 타운하우스가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콘도, 코업 순이다. 맨해튼은 미국 여타 지역의 일반적인 거주 형태인 단독주택이 거의 없다. 땅이 좁기 때문이며, 우리네 광화문 또는 강남역 사거리에서 단독주택 찾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 까다로운 맨해튼 코업 아파트 입주하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아파트다. 앞서 말했듯 아파트는 크게 두 가지 콘도와 코업으로 나누어지는데, 코업의 내용이 흥미롭다. 코업은 ‘Co-operative’의 준말로, ‘Co-operative Association’이라는 조합이 운영한다. 무슨 주택을 조합이 운영하느냐고 의아해할 수가 있다.

코업은 사실상 부동산이 아니고 증권 같은 주식 형태로 되어 있다. 전체 단지의 부동산 지분을 보유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내 아파트가 아니고 지분의 일환으로 주거 가능한 주거조건부 소유인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해서 그 아파트 동과 호수로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의 소유형태로 되어있지 않다. ‘전체 조합 지분의 얼마의 비율을 소유하고 있다’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매매도 이 지분을 사고파는 것이지, 해당 공간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다.

맨해튼 아파트의 80%가 이러한 코업으로 구성돼 있다. 한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지분을 사고자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그 조합의 운영 지분을 관리하고 있는 위원회로부터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지분 매매가 불가능하고 당연히 입주도 불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한 고객이라고 해도 사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매매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예전에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살았던 유명한 아파트 ‘다코타(Dakota)’에 가수 마돈나가 입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한 적이 있고, 가수 빌리 조엘도 그랬다.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이 관리위원회에 사전 승인을 신청했으나 부결되어 입주가 안 되는 이유가 재미있다. 유명인사가 입주하면 우선 껄끄러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 사유다. 쉽게 말해서 골치가 아플 것 같아 입주를 반대한 것이다. 그렇다고 신청자가 왜 안 되는지 따질 수도 없다. 위원회에서 부결 통보가 오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그 이유가 설령 알려진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어떠한 법적인 제한 조치도, 공적인 제재도 불가능하다. 반대 사유에 대한 어떠한 의무나 책임도 없다.

◇ 따르지 않으면 Go Out..엄격한 ‘하우스룰’

(부자 동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지역의 콘도와 코업 아파트 모습

지분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관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아무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승인이 없으면 은행에서 모기지(Mortgage)가 불가능하다. 나아가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하는 것도 관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그 집에 주인으로서 살지 않았다면 월세 임대를 주는 것도 안 된다.

한 코업의 ‘하우스룰(House Rule, 내부 관리규정)’의 경우에는 로비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발코니에 웬만한 장식이나 별도의 물건 적체, 개인적인 차양 등도 절대 금한다. 층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 내부 전유면적의 80% 이상에 카펫을 깔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내부 규정이 책으로 되어있을 정도다. 외국인들은 당연히 입주가 안 된다. 입주나 매매 및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코업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점도 있다. 우선 집값이 싸다. 같은 사이즈의 콘도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콘도아파트는 우리의 일반 아파트와 같은 개념이다. 매매, 대출 및 임대가 자유롭다. 당연히 코업보다 비싸다.

코업의 이 엄격한 조항들의 밑바닥에는 ‘상호 개인 프라이버시의 존중’이라는 은근하고도 암묵적인 정신들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이미 200년 전쯤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다. 물론 너무 엄격한 하우스룰 때문에 미국인들도 그다지 코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묵묵히 따르고 있다. 서로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오래된 흐름을 큰 변화 없이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대형 부동산 중개회사 Nest Seekers International 한국지사장 / 헨리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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