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통화부양시대가 끝나간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전날 미국 미시간대 공개토론에서 FRB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경기침체로 상처받은 경제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지난 몇 년간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옐런 의장은 또 경제 여건이 더 나빠지지 않는 한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장기적인 평균치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FRB는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4조 달러어치가 넘는 자산을 매입했다. 돈을 그만큼 풀었다는 얘기다.

FRB의 통화정책 기조가 부양에서 긴축으로 바뀐 건 사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FRB는 2014년 1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돌입해 같은 해 10월 양적완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듬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FRB는 2016년 12월과 지난달에 각각 1차례씩 추가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0.75~1.00%로 끌어 올렸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FRB의 금리인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특히 FRB의 금리인상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소개했다.

문제는 FRB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옐런이 말한 역사적 평균치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971년 이후 평균치가 5.81%나 된다.

전문가들은 FRB가 기준금리를 이 수준까지 올리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 정상화의 적정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FRB 내부에서는 기준금리가 2019년은 돼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때의 금리도 3%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옐런 의장이 극단적인 통화부양시대의 종언을 고한 게 극단적인 통화긴축시대를 예고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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