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기자

“불금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매주 금요일 밤 각종 SNS에는 여전히 회사 업무에 얽매여 있다며 고충을 호소하는 이들의 토로가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25위 수준에 그친다. ‘가성비’의 시대라고들 하는데, 노동문화에 있어서는 연비가 최악인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이른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제도가 이번 주부터 중앙부처에서 시행된다. 이는 일본이 지난 2월 24일 시작한 제도를 본뜬 것으로 공식 명칭은 ‘그룹별 집단유연근무제’다. 오는 14일 인사처의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시작으로 법제처는 이르면 21일, 문화체육관광부·중소기업청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인 26일에 진행한다. 기획재정부도 28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퇴근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국은 금요일 오후에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을 위한 영화·전시·공연 할인제 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조기퇴근제를 시행하면서 소비를 일으키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기재부는 직장인들이 조기 퇴근한 뒤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단체와 영화관 30% 할인, 예술공연 혜택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도는 ‘소비·민생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영 마뜩잖다. 대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금요일 조기 퇴근을 새로 도입하기로 한 민간기업은 한 곳도 없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시간 근로 문제가 1순위 과제로 꼽혔지만, 소규모 기업으로 갈수록 유연근무제를 시행하지 못했다. “야근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는 조소가 불거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민’ 서비스를 맡는 국가공무원들부터 먼저 퇴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불만과 함께 공무원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다수다. 앞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22만8368명이 원서를 접수한 바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38.9%(7만2000명)나 증가했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공시생 비중은 2011년 3.4%에서 지난해 5.2%까지 치솟았다.

공시생이 취업했을 경우 창출할 수 있는 생산 기회비용과 가계 씀씀이를 고려한 소비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연간 총 손실이 21조7689억원에 달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까지 나온 상황.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조기퇴근제가 공시족을 양산해 국가적 피해규모를 더 키우지는 않을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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