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이제 사흘 후면 4월입니다. 요즘 농촌에서는 밭갈이를 하고 감자를 심는 등 본격적인 농사모드에 들어갔는데요. 한편에서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인생2막의 삶터를 찾아 농촌으로 부지런히 답사를 다니는 때이기도 합니다. 봄 농사짓기와 전원입지 답사 요령에 대해 알아봅니다. 

-박인호 씨는 요즘 어떤 농사일을 하시는지요.

=제가 사는 곳은 강원도 영서 북부권이라 다른 지역보다 농사가 조금 늦습니다. 요즘 사과, 왕대추 등 과일나무와 목련, 소나무 등을 심었고요. 남부지방의 경우 대개 3월 중하순이면 감지를 심는데, 저는 아직 밭갈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는 종종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4월 10일 전후 밭갈이를 하고 감자를 심으려고 합니다.

-막 귀농귀촌한 초보 농부들은 밭갈이와 파종 시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던데요. 제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농사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지요. 밭을 갈고 씨를 넣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수확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농사짓는 땅이 제법 넓은 경우 트랙터가 없다면 난감하지요. 그런데 트랙터는 워낙 고가라서 비용부담이 크죠. 하지만 요즘은 해당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면 저렴하게 빌려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밭갈이가 집중되는 시기라 미리 신청해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파종 시기는 동네 어르신들께 묻거나 따라하면 됩니다. 

-농기계 임대신청이 많이 밀려있다면 다른 방법은 없나요.

=동네 주민들 가운데 농사를 쭉 지어오신 분들은 대개 트랙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에게 밭갈이 비용을 드리고 부탁하면 됩니다. 대개 덩어리진 흙을 잘게 부수고 두둑을 만들어주는 데 3.3㎡, 그러니까 이전 단위로 평당 250원 정도 합니다.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나 농협 등에서는 이보다 더 저렴하게 밭갈이 작업을 대행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사전에 미리 신청해야 합니다.

-초보 귀농귀촌인들이 가장 먼저 심는 감자 심을 때 주의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남부와 중부 지방은 요즘 많이 심지만, 제가 사는 강원도 산간지역은 4월 10일 전후 감자를 심습니다. 감자는 씨감자를 사서 작은 것은 2쪽, 큰 것은 4쪽으로 잘라 하나씩 심습니다. 씨감자 자를 때는 씨눈이 많이 모여 있는 곳(정아부)을 중심으로 잘라야 합니다. 농사를 오래 지어온 지역주민들은 씨감자를 개당 4~8쪽으로 더 잘게 잘라내 심습니다. 감자는 줄기식물이니 깊게 심고, 싹이 나면 흙으로 북을 줍니다.

-벌써 나무를 심었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대개 식목일에 앞서 심는 것 같더라고요.

=예, 식목일은 사실 조금 늦습니다. 제가 사는 강원도 홍천만 해도 올해 나무시장이 3월13일 개장했습니다. 일부 강원 산간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3월 말이면 식목을 완료합니다. 초보 귀농귀촌인들도 이를 감안해 나무 식재는 3월에 하는 좋습니다. 다만, 복숭아, 왕대추 등 추위에 약한 나무들은 4월에 심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무 심을 때 꼭 알아두어야 할 점,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나무를 심고 기르면서 깨달은 점은 애초 토심을 보강한 뒤 심지 않으면 나무도 고생이고, 사람도 고생한다는 겁니다. 거름기가 없는 척박한 땅은 퇴비 등을 주어 보강해주고, 물이 많은 습지는 땅속에 작은 구멍이 뚫린 유공관을 묻어서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도록 해줘야 합니다. 나무를 심을 때는 구덩이에 물을 충분히 붓고 뿌리 곳곳에 흙을 빈틈없이 채운 다음 발로 꾹꾹 밟아주면 잘 자랍니다.

-이번에는 봄을 맞아 인생2막의 터를 찾기 위한 땅 답사 요령에 대해 알아보지요. 일단 지역 중개업소부터 찾아가야 할까요?

=현지 땅주인과 직접 거래하거나, 이미 시골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이나 이장님을 통해 직거래 방식으로 소개받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대개는 땅과 집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지역 중개업소를 먼저 찾게 되지요. 물론 그전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지역 중개업소에서 내놓은 땅 매물을 검색한 다음 대충 그 땅에 대한 지적도, 토지대장, 토지계획이용확인서 등 공부를 살펴보고, 위성사진을 통해 입지적 장단점 등을 파악해야겠지요. 그런 다음 현지 중개업소를 방문해 매물 답사를 하면 됩니다.

-발품 전에 인터넷을 통해 손품을 먼저 팔아야 하는군요. 이때 유의할 점은 뭔지요?

=시골 중개업소의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에 들어가 보면 많은 땅 매물들이 사진과 지적도와 함께 올려져 있습니다. 이때 소위 ‘낚시매물’에 걸려들면 안 됩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인터넷에 올린 매물은 현장의 진짜 모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땅 면적도 넓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한 매물이 많이 올려져 있는데, 실제 중개업소를 방문해 그 매물을 보여 달라고 하면 딴소리를 합니다. “그건 이미 팔렸다”며 딴 매물을 권합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사진과는 전혀 다른 ‘기형의 땅’들도 많습니다.

-기형의 땅이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지요.

=대개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는 매물 사진은 실제보다 훨씬 원경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보니 실제보다 땅이 더 커 보이고 경사도는 작게 보여 집니다. 착시현상인데 대부분 여기에 많이들 현혹됩니다. 사실 값이 턱없이 싼 경우 현장에 가보면 무덤처럼 볼록 솟은 땅, 아예 푹 꺼진 땅, 경사가 급한 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땅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 즉 실사용 면적이 크게 줄어듭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지역중개업소를 이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시골 땅의 거래구조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시골 땅 매물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실 현지 공인중개사 혼자서 매물을 확보하거나, 매수자를 끌어들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무허 중개인들이 개입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이장, 지역유지, 또는 지인도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들이 함께 중개수수료를 나눠 먹다 보니 수수료 바가지를 쓰기 쉽습니다.

-땅을 사고 싶어도 도대체 어떤 땅을 사야할 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까요.

=일단 자신이 사고자 하는 땅의 목적과 용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다음 자신의 취향을 고려하고요. 저는 전원생활은 말 그대로 전원에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답사를 할 때는 풍광보다 생활에 방점을 찍고 관련 사항들을 꼼꼼하게 체크해야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생활의 관점에서 전원입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거지요.

-생활의 관점에서 전원입지를 선택해야 한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지요.

=나와 가족이 살 전원입지를 찾아 지역이나 마을, 개별 땅을 보러 다닐 때, 그 기준은 ‘투자가치’ 가 아닌 ‘생활가치’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매매차익을 겨냥한 투자차원의 입지 선택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직접 시골로 내려가 살고자 하는 실수요 위주의 흐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생활가치가 투자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럼 전원입지의 생활가치는 어떤 점들을 체크해야 할까요.

=투자가치는 땅의 용도변경 가능여부, 주변 개발 가능성, 강이나 계곡에 접한 땅 이런 관점에서 토지를 분석합니다. 하지만 생활가치는 전원생활하기에 좋은 땅을 최우선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의 관점에서는 향과 관계없이 강이나 계곡에 바싹 붙어있는, ‘보기에 좋은’ 땅을 선호하지만, 생활의 관점에서는 강이나 계곡이더라도 침수나 습기 피해, 물 소음 피해가 없는 조금 떨어진 남향을 선택합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가면 문화나 의료, 교육환경이 열악해 불편하다고들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편리한 도시생활이 몸에 밴 도시인들은 막상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문화레저시설이 부족하다” “병원이 너무 멀다” “너무 외롭고 무섭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분들은 시·군단위의 농촌지자체에서도 특히 시청과 군청이 소재한 읍중심지에서 가까운 곳에 전원입지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골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거든요. 또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곳, 택배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곳, 그리고 서울 등 대도시 접근성이 좋은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복선전철역으로부터 가까운 곳이 아무래도 전원생활 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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