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근절·투명성 강화 최우선 과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년 된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강도 높은 혁신에 나서기로 하면서 내부 신설 조직인 경영이사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참여하던 기존 회장단회의 대신 중요 의사결정을 맡게 될 경영이사회의 성패에 전경련의 존폐가 걸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이사회의 가장 큰 임무는 정경유착 근절과 투명성 강화다. 전경련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 노릇을 하다가 해체위기까지 맞은 만큼 경영이사회에는 행여 있을지 모를 정경유착 시도를 시스템으로 막아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과거 회장단회의 시절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같은 외부 요청이 들어오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각 회원사에 일정 금액이 할당됐다. 일단 회장단이 공감대를 보이면 사무국이 앞장서서 실무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수면 아래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사무국은 회장단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을 수도 있는 구조였다.

조만간 구성될 경영이사회는 대기업 오너급이 아닌 주요 회원사의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 개념의 외부 명망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들 20여 명은 두 달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어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종 현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자금 집행 등 주요 사안은 모두 이 회의를 거쳐야 한다.

경영이사회 구성원은 대부분 대기업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민감한 의사결정의 경우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이사회 아래에는 경제정책위원회 등 분과별 위원회·협의회가 구성돼 이사회를 지원하게 된다.

다만 경영이사회에 총수급 기업인이 대거 빠지게 되면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과거에는 전경련 회비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재벌기업의 총수들이 굵직한 현안의 방향을 잡아주면 다른 회원사도 군소리 없이 따라가곤 했다.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 바꾸느냐도 관건이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이참에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름만 바꾼다고 했을 뿐 뼈를 깎는 쇄신 의지는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이사회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이 같은 해체 여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이사회 설치로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이사회, 총회, 주무 관청 승인 등을 거쳐 '한국기업연합회'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절차를 모두 마치려면 두 달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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