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젊은이가 없고 또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어 깊은 침체에 빠져 있지요. 이런 농촌의 활성화를 이끄는 귀농귀촌의 우수사례에 대해 살펴봅니다.

-침체된 농촌을 활성화하는 귀농귀촌 우수사례, 어떤 게 있을까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 정책의 초점이 귀농귀촌인, 특히 귀농인 유치와 정착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귀농성공 사례는 대개 높은 농업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많았고요. 귀촌의 경우는 도시에서의 전문성과 재능을 살려 농촌지역에 재능 나눔과 봉사, 마을 발전에 기여하는 이들이 우수 사례로 자주 소개되었지요. 앞으로는 침체된 농촌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우수 사례를 발굴해 확산시켜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단 농촌의 활력을 꾀하려면 부모와 아이 등 가족이 많이 들어와야겠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귀농귀촌인 10세대 중 6~7세대는 ‘나홀로’거든요. 따라서 가족이 함께 농촌으로 온다는 것만으로도 우수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예 조부모와 부모, 자식 등 3대가 함께 귀농귀촌한 사례도 있습니다. 2대, 3대가 함께 하는 귀농귀촌은 농촌에서조차 거의 해체된 (대)가족의 복원, 젊은이와 아이를 볼 수 있는 활력 있는 마을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인 귀농귀촌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대도 아니고 3대가 함께 사는 귀농사례라, 자세히 좀 소개해주시지요.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각종 사례는 주로 홍천을 예로 들겠습니다. 물론 이런 우수사례는 홍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요. 이런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몇 년 전 홍천군 서석면으로 귀농한 50대 여성이 있는데요. 남편과 시어머니, 또 친정어머니, 그리고 자녀 둘 이렇게 모두 여섯 가족이 모여 삽니다. 처음 2년간은 농사만 짓다가, 지금은 귀촌 창업을 해서 귀농과 귀촌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3대가 함께 하는 귀농귀촌 융복합 사례군요.

=이들 가족은 초기에 밭농사와 벼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도시에서의 전문영역과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살려 애완견 간식창업을 했지요. 직접 농사지은 것과 동네 농산물도 원료로 활용합니다. 단순 1차생산-판매에서 벗어나 6차 산업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3대가 함께 하는 귀농·귀촌 융복합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박인호 씨도 가족과 함께 살고 계시죠.

=저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큰딸은 홈스쿨링으로 사이버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올해 3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성인 4명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례 또한 기존 원주민 가족에서도 찾기 어려운 드문 경우입니다. 다만, 20대인 두 딸이 향후 농촌에서의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좀 고민스럽긴 합니다.

-농촌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귀농귀촌이 활성화되어야겠어요.

=사실 지금은 기존 원주민 세대에서조차 2대, 3대가 함께 하는 가족농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귀농귀촌한 가족농은 단순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6차 산업 중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고요. 2대·3대가 함께 하는 귀농귀촌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이의 활성화 및 지원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2030 젊은이들이 다시 도시로 나가지 않고 지역 일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귀농귀촌을 통해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사는 또 다른 사례,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정 모 씨는 수도권 내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정 씨는 올해 홍천군 남면으로 귀농하려고 합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고 각박한 도시 생활에 갈수록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정 씨의 귀농은 오래전에 이곳에 귀농해 살고 있는 부모의 집과 농장을 승계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아내와 취학 전 아이도 함께 들어옵니다. 바로 옆집에는 부모와 비슷한 시기에 귀농한 친척이 살고 있습니다.

-귀농한 부모를 승계해 함께 농사를 짓는다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겠네요.

=정 씨는 일단 농사를 지으면서 중기적으로는 전망 좋은 터에 들어선 부모 집에서 함께 살면서 펜션, 전원카페 등 6차 산업을 접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가의 승계농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래전에 귀농한 부모의 농사를 승계하는 젊은 자식의 귀농은 우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귀농귀촌한 부모를 승계하는 사례를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지요.

=귀농귀촌한 부모를 도시의 자녀가 승계하는 사례는 근래 들어 인제, 고창, 군산 등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새로운 흐름입니다. 먼저 귀농한 60~70대 부모가 일구어 놓은 바탕 위에 도시의 자녀가 가세하는 이런 새로운 흐름은 침체된 농촌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은 승계사례를 적극 발굴해 지원하는 방안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귀농부모를 도시의 자녀가 승계하는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지요.

=일단 도시에 사는 젊은 자녀들의 실직과 취업난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요. 또한 젊은 귀농인의 경우 농업을 블루오션으로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 도전정신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오래전 귀농귀촌한 나이든 부모들이 자식과 시골에서 함께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도 이유입니다. 기존 지역민들은 자식과 농사짓는 것을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귀농귀촌 우수사례,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고객으로 찾아와 알게 된 도시인이 이후 사업 파트너 이자 귀농인으로 합류한 사례도 있습니다. 홍천군 서면의 한 영농조합의 대표는 장류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원재료인 콩, 고추 등을 직접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장류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그 과정에서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고객이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멘티로 전환하고, 이후 조합원으로 귀농했습니다. 도시고객이 귀농해 협업하는 이런 사례 또한 매우 이상적입니다.

-개별적인 귀농귀촌 말고 집단적으로 공동체마을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지요.

=홍천군 서석면에는 한 시민단체에서 조성 중인 공동체마을이 있습니다. 이 공동체마을 구성원은 거의 젊은 층으로 자급용 농사도 짓고 대안학교를 운영합니다. 대개 공동체마을은 폐쇄적이어서 지역사회와의 단절 등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 공동체마을은 기존 마을과 함께 하는 공동체마을을 지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상생하는 공동체마을은 귀농귀촌의 우수사례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귀농귀촌인-원주민 간 협업하는 모범 사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2011년께 홍천군 내촌면으로 이주한 김 씨 부부는 농업인이지만 농지면적이 작기 때문에 1차 생산물로는 필요한 소득 창출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지역 토박이 농업인과 함께 한과를 창업해 지금까지 서로 협력하며 적지 않은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 협업 우수 사례입니다.

-젊은층이 꼭 귀농이 아니라도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례, 어떤 게 있을까요?

=40대 초반인 안 모 씨 부부는 몇 년 전에 홍천으로 귀촌했습니다. 안 씨는 현재 홍천군귀농귀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부인도 홍천군 청소년수련관에서 팀장으로 일합니다. 취학 전 아이도 있고요. 안 씨 부부처럼 젊은 귀촌인들이 농촌으로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젊은 인적 자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