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기자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잠시라도 들러 축하인사를 전할 요량으로 대학교 졸업을 앞둔 친한 친구에게 졸업식 날짜와 시간을 물었다. 친구는 일시를 말해주며 말미에 “하지만 난 안 간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졸업을 유예하고 2년째 취업준비 중이었던 친구라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몇 해 전 내가 졸업할 적에도 불참하는 이들은 수두룩했다. 대개는 취업을 못 한 때문이었다. 취업 여하가 졸업식 참여 자격으로 여겨진 건 근래 들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졸업예정 대학생 6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식’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참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9.4%(342명)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졸업식에 가지 않겠다’, ‘참석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대학생은 각각 32.7%(226명), 17.9%(124명)였다. 참석에 대한 부정적 대답이 50.6%로 과반수에 달한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터. 해를 거듭하며 졸업식 참석률이 더욱 저조했으면 했지,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다. OECD 회원국 35개 중 최근 3년간 청년 실업률이 매년 상승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곳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지만 실제로 한국만큼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든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OECD의 청년 실업률에는 국내 청년층(15∼29세) 실업자의 절반이 넘는 20대 후반 실업자가 반영되지 않는다. 국제 통계에서 청년 실업률은 15∼24세를 기준으로 한다.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느라 대학 졸업 시기를 늦추는 것이 일상화 된 상황. 20대 후반 실업자 수까지 살펴보면 열악한 취업 환경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후반 실업자는 2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5000명 늘었다. 20대 후반 실업자는 2014년에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 때부터 취업 걱정에 한숨 쉬는 게 대한민국 현주소라고들 한다. 대학생들은 고학점, 대외활동, 어학연수, 공모전 수상 이력, 인턴 경험 등으로 이력서를 빽빽이 채우기 바쁘지만, 그럼에도 취업문으로의 여정은 녹록지 않다.

작금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죽도록 노력해야 평범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죽도록 노력해서 중산층 끝자락에라도 진입하는 게 꿈인 사회가 된 듯하다. 대단한 의지와 열정, 결심이 없으면 패배자가 되는 시대. 미칠 듯이 노력하지 않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 주 40시간 일을 하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충분한 급여가 주어지는 사회를 바란다면 기자는 현실 파악 못 하는 이상주의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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