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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포차] 청춘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뽑나
  • 남민우 / 웹툰작가
  • 승인 2017.02.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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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지는 뽑기방

요즘 들어 번화가를 거닐다 보면 부쩍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크레인을 조작해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을 얻는 ‘뽑기방’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선 특정 영업장에 유달리 ‘방’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는 것 같다. PC방, 노래방, DVD방처럼 어떤 말이든 ‘방’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입에 꽤나 잘 감긴다.

여하튼 최근에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뽑기방은 젊은 소비층들을 대상으로 성행하고 있다. 또래들끼리 밥을 먹거나 술 한 잔을 하고 나서, 뽑기방에 들어가 탄성과 환호를 지르는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혼자서 아슬아슬 레버를 돌리며 아쉬움을 내뱉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인형 뽑기는 노래방이나 PC방처럼 젊은이들의 대중적인 유흥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노래방과 PC방은 지불한 돈에 상응하는 시간이라는 서비스를 얻지만, 뽑기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계에 돈을 넣는다고 해서 인형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인형을 들어 올리지도 못하고, 돈만 쏟아부었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뽑기방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뽑기방의 유행과 함께 등장한 신조어는 ‘탕진잼’이다. 경제적인 소비가 아닌 말 그대로 탕진을 재미있게 즐긴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큰돈을 흥청망청 쓴다는 것은 아니고, 비교적 적은 금액을 아낌없이 쓰면서 그야말로 ‘돈 쓰는 재미’를 맛보겠다는 말이다. 투자한 만큼 실익이 없을지라도 거기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지갑을 연다. 그런 면에서 뽑기방은 탕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젊은이들이 탕진하는 재미에 탐닉하는 것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 마땅히 소비할 만한 대상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취업난과 불황이 가중되고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젊은이들이 돈을 만지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웬만한 취미나 오락거리를 즐기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인형 뽑기 같은 소소한 오락거리들에 몰입하게 된다. 더불어 작은 물품들, 가령 팬시 용품이나 유행하는 캐릭터 상품, 매니큐어 수집 같은 저렴한 취미들에 돈을 쓴다.

작은 부스에 들어가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코인 노래방도 성행하고 있다. 예전엔 오락실 한 편에나 붙어 있던 부스들이 이제는 따로 차려진 영업장 안에서 운영된다. 기존의 노래방보다 훨씬 저렴하고, 노래를 부르다 지쳐 남은 서비스 시간을 아까워할 필요도 없다. 내가 부르고 싶은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목소리를 뽐낼 수 있는 것이다.

청춘들이 뽑으려 하는 것

다른 기사들을 살펴보니, 청춘들이 인형 뽑기에 몰입하는 이유가 어려운 현실에서 고갈된 성취감을 얻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취업 시장에서 선택되고픈 청춘들이 공들여 인형을 뽑으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견해도 있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인형 뽑기는 어찌 보면 도박이다. 레버를 돌려서 크레인을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면 그 지점으로 집게가 투하된다. 그러나 그 집게가 인형을 집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개 집게는 힘없이 미끄러져 다시 크레인으로 올라온다. 그런 불투명한 게임에서 청춘들은 오기를 느끼고, 자신이 체감하는 혹독한 현실을 그 안에 투영한다. 청춘들이 기계 안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인형뿐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런 가운데서 느끼는 성취감은 한편으론 씁쓸하다. 그들이 추구하는 소소한 재미마저 그들의 삶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뽑기방의 성행을 지켜보면서 이 시대의 청춘들이 정말 사는 재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청춘들이 이 현실 속에서 무구하게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지 않다는 사실도 매우 안타까웠다.

뽑기방의 유행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끝없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갈망하는 청춘들의 특성상, 뽑기방은 머지않아 새로운 ‘방’으로 대체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 방은 여전히 청춘들의 삶을 달지만은 않게 녹여낼 것이다. 청춘들은 그 방에서 무엇을 집어 올리게 될까. 적어도 뼈아픈 자신이 아닌 순수한 쾌감이었으면 좋겠다.     

남민우 / 웹툰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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