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집단대출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분양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다.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은행권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만큼 사실상 아파트 공급조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내년 가계대출관리방안 시행을 앞둔 상황이어서 중도금대출까지 규제될 경우 분양시장 호조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빚내서 집 사라던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로 급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 금감원 집단대출 점검실시…"리스크 관리차원, 대출 규제 아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집단대출 심사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최근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대출연체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관리해 나간다는 취지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90조2946억원이다. 4월 이후 5개월 만에 6조2494억원이 증가한 액수다. 입주 시점에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될 경우 집단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분양했던 신도시 일부 아파트는 2011년 입주 때 가격이 급락해 대규모 집단대출 연체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같은 집중 점검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일 뿐 대출규제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전체 대출규모 축소나 대출허용 조건 제시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급과잉으로 향후 입주거부 사태 등 금융 관련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조기에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가계부채관리의 일환으로 점검하는 것이지 대출규제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사실상 공급 규제…지방 분양, 사업 포기 속출 가능성"

하지만 건설업계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정부가 가계부채관리를 명분으로 사실상 공급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사업에 참여하길 바라는 시중은행이 줄어들면서 대출 금리도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성이 없는 지방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량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집단대출이 불가능한 사업장은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진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아파트 사업은 초기 계약금과 은행권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해 공사 등을 진행하는 구조다. 통상 중도금은 계약은행이 해당 건설사에 직접 지급한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와 동시에 이전 전세·자가주택을 처분해 잔금과 중도금을 치른다. 중도금 무이자·중도금 이자후불제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집단대출이 안 되는 사업장은 청약자 구하기가 어렵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집단대출 중단은 사실상 사업 중단을 의미한다"라며 "사업성이 없는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검토 중인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발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권을 통해 시장 규제 기조로 돌아선 모양새"라며 "오랜만에 돌아온 부동산 경기 호조세가 다시금 식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 가계대출규제+집단대출규제…"청약시장 변곡점"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에 이어 중도금 집단대출도 규제 기조로 돌아서면서 전체적인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투자 수요는 물론 내집마련 수요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최근 분양시장을 주도하는 연령대는 30~40대로 대부분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라며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경우 대출을 통해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는 물론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부동산 규제의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앞서 정부는 7월 분할상환 대출 확대 및 대출 심사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대출만 규제 대상이었을 뿐 중도금 집단대출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신규분양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계부채관리방안 발표 이후에도 청약시장 훈풍이 이어진 것은 당시 집단대출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었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인 중도금 대출 인상과 개인 대출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주택구매에 대한 심리 냉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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